청와대의 '인천상륙작전' 홍보, 부적절 논란 불거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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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현재 67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흥행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극장 밖에서 또 다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늦은 오후 청와대 공식 트위터에 "폭염의 절정인 이번 주말, 여러분들도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글이 오르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한 같은 날, 청와대 공식 트위터에 이같은 게시글이 올랐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어놓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해군첩보부대원들의 희생과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국뽕' 영화(지나치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란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소 미흡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낸 순국선열의 희생과 안보의식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청와대도 "박 대통령의 '인천상륙작전' 관람은 누란의 위기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호국영령의 정신을 한 번 더 되새기고, 최근 북한의 핵 위협 등 안보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된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반영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넘어, 트위터라는 공식채널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 영화 관람을 권유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의 퀄리티나 사상을 떠나서 상업영화를 청와대가 이렇게 대놓고 홍보해도 되나요?" "영화제작사나 투자사도 아닌 정부가 특정 상업영화를 이렇게 선전해줘도 문제가 없나요?" "'인천상륙작전'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상업영화 아닌가요? 그런데도 정부가 이렇게 공공연하게 홍보해줘도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등 비판적인 반응이 온라인 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폭염과 '인천상륙작전'이 무슨 상관이 있나. 폭염이 걱정된다면, 전기요금 누진제나 제대로 개선해달라" "1970년대 방영됐던 국방홍보 프로그램 '배달의 기수'가 다시 살아날 분위기"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한 영화관계자는 "국민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영화를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관람하며,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납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영화를 정부 차원에서 대놓고 홍보하며, 국민들에게 관람을 권유하는 건 선을 넘어선 행위"라고 꼬집었다.

한편 '인천상륙작전'을 제작한 태원 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차기작으로 '서울 수복'(가제)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수복'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국군과 유엔군이 북한군에 점령당한 수도 서울을 탈환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 역을 맡은 리암 니슨 못지 않은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할 계획이라고 영화사 측은 밝혔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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