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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ABC] 리우의 ‘먹거리’ 성적은 무슨 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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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도 식후경.’

올림픽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밥은 먹어야 한다.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는 경기장을 찾아다니는 관객들도 ‘든든한 한끼’를 원한다. 체력소모가 심한 선수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리우 올림픽 기간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 음식물 양은 무려 6000t.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선수와 관중들 입맛을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다. 리우올림픽의 ‘먹거리 성적’은 과연 몇점일까.


'축구장 3개 규모' 선수촌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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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3개 크기의 올림픽 선수촌 식당 [출처 페이스북]

리우 올림픽 선수촌 식당은 축구장 3개 크기다. 매끼 1만8000인분, 하루 총 6만인분의 요리가 공짜로 제공된다. 브라질 현지식부터 유럽ㆍ아시아ㆍ아프리카 음식, 무슬림을 위한 할랄 푸드(이슬람 율법에 맞게 조리된 음식)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일본 선수는 아침 식사로 밥과 낫또(일본식 청국장)를 주문할 수 있고, 한국 선수들은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 김치를 맛볼 수 있다.

설거지 걱정도 안 해도 된다. 선수단이 쓰는 접시는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만들어진 것이라 자연분해된다.

남은 식재료도 버리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셰프 마시모 보투라(53)가 세계 50여명의 요리사들과 함께 매일 5000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빈민·노숙인 등에게 제공하고 있다. 유통기한을 앞두고 있거나 폐기 예정인 식재료들이 주 요리 재료다. 보투라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주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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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한국식 도시락을 제공하는 코리아하우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선수촌 식당의 음식 ‘질’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다. 한국 여자 배구팀 김연경(28) 선수는 “음식이 짜고 싱싱하지 않다. 불어터져 있거나 말라 비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체육회는 이 때문에 리우 시내에 ‘코리아하우스’를 오픈하고 선수들에게 한국식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태릉 선수촌 영양사와 주방장, 조리사 등 12명이 이곳에서 선수들의 입맛을 챙기고 있다.


“바가지 올림픽” 원성도



선수촌 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관중ㆍ취재진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경기장 내 식당과 매점의 ‘가성비’는 최악 수준이다. 현지에서 2헤알(약 700원)에 팔리는 500㎖ 생수 한 병을 경기장 매점에선 8헤알에 판다. 자판기 커피도 한 잔에 4헤알을 받는다. 냉동 패티를 얹은 치즈버거와 콜라를 주문하면 26헤알을 내야 한다. 식당에선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탓에 마음 편히 음식을 접시에 담을 수도 없다.

취재진 숙소인 미디어빌리지의 저녁 뷔페는 40헤알. 하지만 음식이 부실하고 초밥 등을 먹으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 이 때문에 “바가지 올림픽”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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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인근 식당서 식사를 하고 있는 레소토 대표팀 관계자들 [출처 페이스북]

그나마 음식도 넉넉하지 않다. 지난 6일 럭비ㆍ사격ㆍ육상 경기가 열린 데오도로 경기장 식당에선 음식이 다 떨어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재료 부족으로 메뉴가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 관중들은 한끼 식사를 위해 30~40분을 기다려야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먹거리조차 책임지지 못한다”는 비난에 일자, 올림픽 조직위와 브라질 정부는 경기장에 푸드트럭을 투입하는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맥도날드는 인산인해



리우의 열악한 먹거리 환경 덕에 반사 이익을 누린 곳도 있다. 선수촌과 올림픽공원에 자리잡은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다. 이곳은 올림픽 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수에겐 모든 메뉴가 공짜인데다, 리우의 먹거리에 실망한 관중들까지 몰리면서 줄이 100m 가량 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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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기에서 패한 뒤 `패스트푸드 파티`를 연 호주 배드민턴 대표 사완 세라싱히 [출처 페이스북]

페이스북에선 경기를 마친 뒤 맥도날드로 달려간 선수가 화제가 됐다. 호주의 배드민턴 대표 사완 세라싱히는 지난 13일 경기에 패한 뒤 ‘패스트푸드 파티’를 열었다. 맥도날드 햄버거 6개, 치킨너겟 4팩, 감자튀김 6팩, 브라우니 6조각을 먹어치웠다. 그는 페이스북에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다. 하지만 이젠 고된 훈련으로 몇달 동안 먹지 못한 정크푸드를 먹을 때”라고 적었다. 세라싱히처럼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의 먹성을 감당하지 못한 맥도날드는 선수 1인당 구입 한도를 20개로 제한하기도 했다.

패스트푸드가 선수들에게 인기를 끝면서 경기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모리셔스 역도 대표팀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맥도날드 방문 횟수를 한번으로 제한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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