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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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3일 하오4시30분 성대 서울캠퍼스 금잔디 광장. 조좌호총장이 교무처장·학생처장등 30여명의 보직교수를 대동하고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1시간반전부터 「비상학생총회」를 열어 학교측에 징집영장발부를 취소시켜 줄것을 요구하던 학생들은 면전의 총장과 교수들 모습에 일단 시선을 모았다.
조총장은 굳은 얼굴, 침통한 어조로 자신과 학교의 입장을 설명해 나갔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어제 재단측에 사의를 표명하고 오늘 상오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말한 조총장은『이에 대한 심경을 밝히겠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 학생들의 두차례에 걸친 학교건물점거 및 기물파괴 행위는 과거에 없었던 일로 충격을 받았다. 특히 시험거부는 대학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일이고 교육부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사학자인 총장은 대학의 역사와 전통으로 말을 이어갔다.
『성균관대는 5백년의 전통을 가진 대학이며 조선대때 유생들도 그들의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동맹휴학같은 행동을 했고, 유생들의 행동이 옳으면 종로 상인들도 철시를 해 가세했다.』
학생들은 총장의 결론을 기다리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 『그러나 유생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교수들이 설득하면 돌아왔다.』
조선조선비들의 전통을 들어 스승의 설득을 받아 들이도록 간곡한 당부를 한뒤 20여분만에 총장은 본부로 돌아갔다.
학생들 사이에서 다시 웅성거림이 시작됐고『학교측이 우리를 속였다』는 고함에 이어 구호가 터져나왔다.
『어용총장 물러나라』
잠시후 하오5시 1백여 학생들이 본부건물로 들어가 유리창을 부쉈다. 경찰은 캠퍼스에 상주한 것은 그 6시간뒤 밤11시. 학교도 총장도 설자리가 없는 오늘의 학원사태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현장이었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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