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환상" 잘묘사|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보고 김방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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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완벽한 시설을 갖춘 무대는 물론 유럽풍의 호화로운 로비까지 마련된 호암아트홀에는 중·상류층 이상의 나이든 관객이 이례적으로 많이 눈에 뛴다. 오랜만에 연극을 찾는 점잖은 관객들에게 다시 연극을 찾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멋진 공연을 보여주는 일도 그 의미가 클것이다.
호암아트홀이 개관이래 가장 큰 규모로 영국에서 연출가를 초빙해 만든『한 여름밤의 꿈』(「패트릭·터커」연출)은 이런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셰익스피어」의 극을 우리나라에서 번역해 공연하는 일은 많은 불리한 점을 안고 있다. 우선 번역과정에서 원작의 시어와 운율이 주는 묘미가 많이 손상되며 여간한 연기력이 아니고는 엄청난 양의 대사에 짓눌려 맡은 배역을 생동감있게 구현해내기 힘들다. 이제「셰익스피어」의 명작이 이런 줄거리요 하고 소개할 시대는 지났지만 이런 어려운 작품을 무대화한 이번 공연은 평가받을만 하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공연하겠다면 고도로 세련되거나 대담한 연출작업이 요구된다.
『한여름밤의 꿈』은 꿈과 현실이라는 이원적 세계 사이에 교묘히 얽힌 네 커플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특히 한여름밤의 숲에서 요정들에 의해 펼쳐지는 환상세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나 무용극등을 통해 숱하게 보아온 이런 환상세계를 어떻게 신선하게 연극적으로 처리할것인가? 일찌기「피터·부룩」은 연극 전체를 서커스단으로 등장인물을 광대로 만들어 찬탄을 받은 적이 있다.
작년 연세대에서는 초여름밤의 실제 야외숲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터커」는 요정들의 안무와 조명의 변화를 통한 정통적 연출방식을 택한것 같다.
이 작품의 묘미는 꿈과 현실이라는 두세계가 요정들, 아테네의 궁정귀족, 서민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삶위에 다시 겹쳐 나타나는데 있다. 그런데 배우들의 동작이나 발성·의상· 무대장치의 설정등은 이런 여러 차원의 미묘한 짜임새를 표출하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이 작품 구성의 움직이는 초점구실을 해야할 요정 「퍽」의 존재가 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었으면 좋을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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