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국가대표’ 류한수의 아쉬운 첫번째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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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대회 파견 레슬링 국가대표평가전. 그레코로만형 66kg에 출전한 김현우가 류한수를 꺽고 이겼다. [중앙포토]

금메달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던 한국 레슬링 국가대표 류한수(28ㆍ삼성생명)는 '그림자 국가대표'로 불린다.

직접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국가대표의 훈련 파트너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대표 선발전에서 막판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8년 전부터 올림피언들의 훈련 상대로 묵묵히 헌신했다.

2012년 류한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금메달 영웅 정지현의 올림픽 도전을 도왔다.

당시 런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주인공은 동갑내기 김현우였다.

김현우는 런던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 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절치부심하던 류한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친구인 김현우가 런던올림픽 직후 75㎏급으로 체급을 올렸고, 류한수는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5년 아시아선수권도 제패했다.

75㎏급으로 체급을 올린 김현우도 이들 대회에서 류한수와 함께 시상대 제일 꼭대기에 섰다.

류한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쿼터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리우 대표 최종 선발전에선 정지현을 누르고 리우행 티켓을 쥐었다.

그런 그였기에 이번 리우올림픽은 더 특별했다. 오랜 기다림이 부담이 됐을까. 하지만 류한수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8강전에서 탈락했다.

류한수를 8강에서 이긴 아루티우냔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패자부활전에 나설 수 있었지만,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류한수는 아제르바이젠 선수에게 0-8로 져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림자'를 벗어난 첫번째 올림픽이었지만 류한수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은 첫번째 올림픽이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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