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예체능 특기 교육 이상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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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기능지도를 위해 마련된 각종 특기교육이 이상 과열현상을 빚고 있어 교육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현재 한국학원 총 연합회에 등록된 서울시내 특기학원은 미술학원 6백16개소, 음악학원 6백50개소, 체육학원 2백80여 개소. 그러나 교육구청의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으로 개설이 가능한 과외교습소까지 합치면 서울에만 2만8천여 개소의 특기교육기관이 난립해 있는 것으로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추산하고 있다.
음악·미술·서예·주산·태권도·무용·웅변 등 각종 특기교육의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들어서부터. 이후 『국민학생 치고 교습소나 학원에 안 다니는 어린이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특기교육은 과열현상을 빚고 있다.
이 같은 특기교육에 대한 지나친 선호는 유치원과 같은 일반교육기관에 대한 외면까지 불러오고 있는 실태.
일례로 5∼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수영·리듬체조·만들기 등을 지도하는 한국 사회체육센터의 유아 체능반 (1년 과정)에 1천1백명 정원의 3배가 넘는 어린이들이 몰려든 반면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미달사태가 일어나 반수를 줄여야했다.
특기교실의 수강료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피아노는 월3만∼4만원, 미술은 월5만∼6만원, 웅변은 월3만원, 태권도는 월1만5천원 선. 단 유치원과 비슷하게 지도하는 유아 반은 2만5천∼2만7천원 한다.
따라서 사교육비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는 것이 가정학자들의 견해. 최근 임정빈 교수 (한양대·가정관리학)가 조사한 「가정의 금전관리」에 따르면 교육비가 평균 가계비의 12%를 차지하고 있으며 41·2%가 4만원 이상을 교육비로 쓰는 한편 한 달에 1백만원 이상을 쓰는 가정도 14 5%나 되고 있다.
한국사립유치원연합회 윤순애 회장은 『제5공화국 출범이후 유아교육의 강조와 함께 우후죽순으로 학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3∼4세만 되면 무엇인가 배우게 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인식이 특기교육기관을 찾게 하고 있으나 생활교육 등 전인적 교육기관은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한다.
정원식 교수 (서울대 교육학)는 『부모의 교육열이 높아 무엇인가 시켜야겠다는 의욕과 남이 다하는데 우리 애도 질 수 없다는 일종의 유행병 같은 풍조, 일부 특기교육기관들의 학부모에 대한 유혹, 오도 된 교육관, 여기에 학교 교육이 특기교육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이상 과열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한다.
그는 『특기교육은 어디까지나 부모가 아닌 본인 위주로 돼야한다』고 강조하고 ▲각 어린이에게 얼마나 적합한 것인가 하는 개성의 존중 ▲빠를수록 다 좋은 것은 아니므로 신체 정신발달 연령에 적합한 것 인지의 여부 ▲처음에는 다소 강제성을 띠었더라도 본인이 계속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끼는가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한 후 교육할 것을 충고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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