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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김상곤 “광주 정신 계승” … 이종걸 “전략적 선택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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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호 2 면

13일 광주에서 더민주 당 대표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김상곤·추미애·이종걸 후보(왼쪽부터)는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성운 기자

“제가 진정한 광주 정신의 계승자입니다.”


13일 광주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추미애·이종걸·김상곤 후보는 저마다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오후 2시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민주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 대회 겸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다.


영남 출신인 추미애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민주 종가의 맏며느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추 후보는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남편 서성환 변호사는 전북 정읍 출신이다. 추 후보는 “호남으로 시집올 때 사랑해 주셨듯 그때 심정을 담아 며느리의 변치 않는 마음으로 집안을 부흥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문제 삼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동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두 가지의 상처가 있다. 하나는 마음에 남은 탄핵의 상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삼보일배로 남은 무릎의 상처”라고 말한 뒤 “김대중 총재님의 지팡이는 용서와 화해의 지팡이였다. 당신을 죽이려 했던, 당신을 불구로 만들었던 정적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대신 용서하는 지팡이를 내밀었다”고 이해를 구했다.


상대적으로 호남과의 연관성이 적은 이종걸 후보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의 아들을 뽑거나 호남의 며느리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며 두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또 “호남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탁월한 전략적 지혜를 선택했다. 친노(무현), 친문(재인) 패권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후보, 연대 통합 후보 이종걸을 당 대표로 뽑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광주 지역의 반문정서를 의식한 발언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문재인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대리인을 당 대표로 뽑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우리 당의 현재 모습으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곤 후보는 “광주에서 태어나 호남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온 김상곤”이라고 말문을 열며 ‘생물학적 연고’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순신 장군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는데 이는 호남 없이 국가가 없다는 말”이라며 “평당원이지만 혁신을 위해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했다. 이게 바로 광주와 호남 정신”이라며 지지를 구했다. 유일한 비원내 후보로서 당내 조직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후보는 “서울대 학생회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켰고, 전교협 위원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운동 선봉에 섰다”며 두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광주는 야권 지지층의 핵심인 만큼 ‘천심(天心)’과도 같다. 광주 승리가 대세론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를 기반으로 4전5기 끝에 대권을 잡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권 주자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 악전고투하다 광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역전극을 펼쳤다.


세 후보는 이런 광주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추 후보는 “새누리당은 며칠 전 호남 출생의 새 대표를 뽑아 호남 표를 흔들어 대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영남 기반인 새누리당이 호남 대표를 선출했다. 무엇 때문인가. 내년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당원들은 각 후보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위원장은 “솔직히 대권 후보가 모두 비호남 출신이다. 당 대표만큼은 호남 출신이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바닥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라(54·여)씨는 “무엇보다 내년 대선에서 우리 대권 주자를 확실하게 받쳐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김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검증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추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 대표는 27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선출된다.


광주=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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