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돈 세는 건 예의가 아니다! 브라질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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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파원J 윤호진입니다.

외교부가 '가지 말라'고 한 파벨라(달동네)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취재 차 안전한 곳을 갔습니다. 중앙선데이 8월7일자 참조) 리우의 중산층 지역 '보타포구'에 위치한 산타 마르타(Santa Marta) 파벨라는 2시간 투어에 1인당 120헤알을 내야 했습니다. 투어가 끝난 뒤 가이드를 해준 치아구에게 돈을 건냈더니 세지도 않고 바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의아해 하며 "세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치아구는 "우리는 안 센다. 돈 준 사람 앞에서 세는 건 예의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더군요. 파벨라에 사는 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더 돈이라면 억척스럽고 욕심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주머니에 꼬깃하게 돈을 접어 넣는 그 모습은 당황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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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에서 파벨라 가이드를 하던 치아구는 "돈 준 사람 앞에서 돈을 세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연 대학생 기자

우리나라도 이전엔 그런 문화가 있었습니다. "사람 앞에서 돈 세는 거 아니다"는 어른들 말씀 말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정확한 게 최고. 서로 오해 없는 게 낫다"는 인식 속에 문화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브라질의 돈 세는 문화는 이곳 치안이 불안해서이기도 합니다. 길거리에서 돈을 세면 "내 돈 훔쳐가줘"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합니다.

불안한 치안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만나 '돈 세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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