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붉은 장미」는 시들고 말것인가|불 사회당의 패배 예상되는「3·16총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리=주원상특파원】사회주의의 붉은 장미는 꽃을 피우지못한채 시들고 말것인가. 오는 3월16일의 프랑스총선은 사회당정부의 존속여부가 달려있다는데서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
각종 여론조사의 예측대로 우파가 승리, 사회주의 정권이 프랑스국민들에게 짧은 기간의「경험」으로만 남게될 것인지 아직 확언할 수는 없으나 대세는 아무래도 좌파편이 아닌것 같다.
『프랑스의 미래를 열자. 3월16일엔 모두 함께 승리를』(UDF·프랑스민주연합),『살려줘요! 우파가 다시 몰려와요』(좌파계)등의 각종 포스터가 프랑스 전국에 어지럽게 나붙어있다.
오는 16일 전국 96개성에서 5백55명의 하원의원과 1천8백40명의 지방의회의원을 선출하는 프랑스총선 풍경이다.
이번 선거는 58년이후 처음으로 하원의원을 비례대표제 선출방식으로 뽑는다는 점과 40년만에 처음 하원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을 동시에 선출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러나 3·16총선의 중요성은 아무래도 지난 81년5월 하원총선에서 제5공화국 23년만에 화려하게(?) 좌파정부를 탄생시켰던 사회당이 단기집권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제2집권으로 이어질 것인가가 가름난다는 데에 있다.
집권초기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각종 개혁정책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사회당정권은 어쩔수 없이 경제정책을 우선회시키는등 실추된 인기를 만회해보려고 안간힘을 다했으나 전망은 여전히 밝지않다.
파리의 시사주간 르 프왱지는 최근 각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사회당정권 5년을 평가하면서『혁명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변화의 정치를 목소리높여 부르짖었던 당초의 이상이 현실앞에서 크게 굴절될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로 이데올로기의 혼동만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다.
지난 5년간 여(좌)나 야(우)가 모두『비슷한 말만 해왔다』는 말이 흔히 나오는것도 이런 때문이다.
지난 81년6월「모르와」수상의 2차내각때 4명의 당원을 입각시켜 좌파연립정부를 실현했다가 84년7월「파비우스」수상내각때 불참, 사회당과 결별했던 공산당의「마르셰」당수가『정부는 초창기에 좌파정책을 잘밀고 나가다가 어느새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었다』고 비난하고 있는것도 일단은 이데올로기의 혼동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수있다.
르 프왱지가 또 사회당정부등장후 나라살림이 궁핍해지고 프랑스가 전체적으로 퇴조했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경제적 수치에 근거한 것같다.
81년이전 10년간 연평균 2·7%씩 증가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1%의 저성장에 그쳤으며 재정적자는 81년 4백80억프랑(약5조7천억원)에서 85년 1천4백96억프랑(약18조원)으로 늘어났다.
르 프왱지의 분석이나 마찬가지로 야당인 우파의 주요 공격대상도 사회당정부의 경제정책실패다.
야당은 특히 기간산업등의 국유화조치등 사회당정부의 국영화정책이 프랑스산업으로부터 활력을 빼앗아 갔으며 기업의 각종부담증가로 도산기업이 늘어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1월16일 RPR(공화국연합)의「시라크」당수와 UDF의「르카뉘에」의장이 공동발표한 RPR-UDF 공동강령은 우파집권후 경제정책의 대수술이 있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공동강령은 사회당 집권후 실업자가 2백만명에서 3백만명으로 늘었으며 경제성장률은 유럽국가들의 중간수준도 유지하지 못했다고 밝히고『사회주의는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특히 야당의 공동강령은 좌파정권이 분파주의와 무능력으로 프랑스를 위기의 벼랑에 서게했다고 주장하고 이번 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할 경우 사회당정부에 의해 국유화된 기간산업 은행·보험회사를 즉각 민영화하고 고용확대를 위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한편 조세경감조치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야당측의 강령주장에 대해「미테랑」대통령은『없는 자를 무시한 있는 자의 강령』이라고 매도하고 있고「슈베느망」교육상 같은이는『모든 것을 드러내면서도 중요한 부분은 살짝가린』비키니수영복과 같은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슈베느망」장관이 말하는 중요한 부분이란『우파의 분열상』이다.
유일한 좌파정당임을 자처하면서 사회당은 사회당대로, 우파정당은 우파정당대로 싸잡아서 전방위공격을 서슴지않고 있는 공산당의「마르셰」당수는 야당의 공동강령을『사회당정책의 연장』이라고 비난한다.
여야가 투표일을 앞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현재 프랑스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최근의 소프레스 여론조사결과는 유권자들이「미테랑」사회당정부를 지지(32%)하기보다 이번 총선에서 불만을 표시하겠다(49%)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고 55%이상이 이미『결심을 굳힌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결과로 자신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거나 생활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유권자는 19%에 불과했다.
지금 사회당이 다시 승리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거의 예측이 적중한다고 알려져있는 프랑스의 여론조사기관들이 우선 계속해서 좌파의 패배를 점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우파연합이 3백10석의 의석을 차지, 절대과반수에서 32석이나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우파에서도 RPR가 다수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점쳤다.
여론 조사기관의 예측대로 좌파가 패배한다면 프랑스의 총선후 정국은 아무래도 난기류를 면치 못할것같다. 특히 임기를 앞으로도 2년이상 남겨 놓고 있는「미테랑」대통령의 입장이 미묘해지게 돼있다.
강력한 대통령중심제의 정치체제라고는 하지만 의회를 컨트롤할수 없는 대통령의 권한이란 현실적으로 왜소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미테랑」은『총선결과를 충분히 존중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총선 결과가 나의 역할을 변하게 할수는 있어도 나의 기능·권리 의무를 변질시키는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고 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외교와 국방대권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야당의 입장은 그렇지가 못하다. 우파지도자의 한사람인「레이몽·바르」전수상은 이번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하게 되면「미테랑」대통령은 잔여임기와 관계없이 사임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좌우공존(좌파대통령과 우파수상내각)이 실현되더라도 좌파대통령은 상징적 지위에 머물러야 한다는게 우파의 공통된 견해다.
야당의 지금 기세대로라면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미테랑」대통령과 우파출신 수상내각과의 마찰은 거의 필연적이다.
결국「미테랑」대통령은 우파정부를 구성케하고 공존상태에서 자신의 영역을 최대한 확보하든가 아니면 의회를 해산, 재선거를 실시하는 길밖에 뾰족한 수가 없게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