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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리' 마동석, 어떻게 대세배우가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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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에서 좀비들을 때려잡는 괴력의 남자 상화, 영화 '굿바이 싱글'의 유학파 스타일리스트 평구(영어이름 알렉스), 그리고 인기 TV드라마 '38사기동대'(OCN)의 세금징수 공무원 성일 등.

그야말로 배우 마동석(45)의 전성시대다. 대세 배우가 됐다.

영화·드라마·광고 등 스케줄이 폭주해, 일정 관리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특히 '부산행'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영화 흥행에 마동석의 지분이 상당히 크다. '마동석을 피해 좀비들이 KTX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가는 영화'란 우스갯 소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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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에서 어마무시한 완력을 보여준 마동석

 좀비들을 한 주먹에 때려눕히는 완력, 그리고 임신한 아내의 배를 가리키며 '이거 아저씨가 만든거야'라는 능청스러운 멘트를 날리는 유머 감각 등 마동석이 없었다면, 영화가 이만큼 흥행하진 못했을 거란 얘기다.

영화 '굿바이 싱글'의 평구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초등학교 동창이자 철부지 여배우 주연(김혜수)이 저질러놓은 온갖 사고들을 묵묵히 뒷수습하는 평구는 '의리'의 아이콘이었다. 마동석의 맛깔난 연기 덕에 영화의 재미는 더욱 풍성해졌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마동석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서우면서도 귀여운, 반전의 묘미에 있다. 참으로 묘한 아이러니다.

뇌에도 근육이 붙어있을 것 같은, 어마무시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재치있는 순발력으로 귀여운 매력을 과시해왔다.

좀비들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강인한 남자지만, 아내 앞에선 순한 강아지가 되는 '부산행'에서의 모습,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병아리"라는 의외의 고백 등 겉보기와는 다른 '여린' 속내 또한 반전의 묘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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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의 마동석

그래서일까, 대중은 마동석에게 '마요미(마동석+귀요미)' '마블리(마동석+러블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조폭·깡패·사채업자·형사 등 외모에 걸맞은 전형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오던 마동석이 '마블리'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TV 드라마 '히트'(2007, MBC)에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즐겨 입는 의리파 형사 성식 역으로 출연하면서다.

이후 그는 영화 '결혼전야'(2013)에서 국제결혼을 앞두고 비뇨기과 문제로 고민하는 예비신랑 건호 역을 맡아 순박한 매력을 뽐냈다.

우락부락한 외모의 수줍은 꽃집 노총각 캐릭터는 '굿바이 싱글'의 평구 만큼이나 의외성의 재미를 선사했다. 카메오로 출연했던 영화 '베테랑'(2015)의 아트박스 사장 역할은 이같은 마동석의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굳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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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바이 싱글`에 스타일리스트 평구로 출연한 마동석

이처럼 마동석은 작품 속에서 의외성과 전형성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마동석이 진짜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 건, 자신의 이미지와 상충되는 반전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내면서부터"라고 말했다.

그다지 선한 인물은 아니지만, 더 나쁜 놈들을 응징하며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 또한 마동석의 전매특허라 할 만 하다.

연쇄살인마를 두들겨패는 사채업자(영화 '이웃사람'), 버러지같은 놈들을 응징하는 조폭(드라마 '나쁜 녀석들'), 전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껄렁대지만 좀비들을 화끈하게 제압하는 남자(영화 '부산행') 등은 마동석 말고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동석은 터질 듯한 근육과 살벌한 인상, 그러면서도 귀여운 면면이 묻어나는 자신의 이미지를 작품 속으로 갖고 들어온다.

배우가 고유의 캐릭터가 돼버린 전례없는 사례다"라고 평했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인기를 누리는, 대부분의 연기자들과 달리 마동석은 어떤 역할을 맡든 마동석 그 자체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데뷔 전 미국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들을 조련했던 마동석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드라마를 찍다가 척추 골절을 당한 수술자국은 물론, 수많은 작품의 액션신을 찍으면서 다친 크고 작은 흉터들이 인장처럼 새겨져 있다.

그와 작업한 많은 감독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치열함과 집요함에 혀를 내두른다. 그런 노력 덕분에 마동석은 신스틸러에 등극했고, 등장 만으로도 어떤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배우가 됐다.

참고로 마동석의 별명이 하나 더 늘었다. '마쁜이'(마동석+예쁜이)다.

'굿바이 싱글'에 함께 출연한 한 살 연상의 배우 김혜수가 "마동석, 정말 귀엽지 않나요? 걸어 다니는 인형 같아요"라고 말한 이후 생겨난 별명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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