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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일본 EEZ 낙하…아베 “용서 못할 폭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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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3일 오전 7시50분쯤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남포 인근)에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황해도서 동해로 1000㎞ 날아
노동미사일 추정, 1발은 불발
한·미 을지연습 앞두고 도발

전하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보이는 미사일 2발을 쐈지만 1발은 제대로 점화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1발은 동해상으로 1000여㎞ 떨어진 동해상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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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곳은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반도 서쪽 250㎞ 지점이다. 1998년 8월 북한이 쏜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산리쿠(三陸) 앞바다에 떨어진 적은 있지만 일본 연안에서 200해리(약 370㎞) 내 공해상인 EEZ에 떨어진 건 처음이다.

특히 EEZ에 떨어진 미사일은 최고고도 400㎞ 안팎으로 비행했다고 다른 합참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늘 쏜 미사일은 노동미사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13회(날짜 기준), 29발째다. 한·미 간 정밀 분석 뒤 노동미사일로 확인될 경우 올 들어 6발째다. 합참 관계자는 “발사 직후 한국군 레이더에 1발이 포착됐지만 미군 과 정보 공유를 하며 분석한 결과 1발은 아예 발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달 라오스 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기간 중 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기상 상황과 중국 측의 자제 요구로 발사를 미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본토 250㎞ 거리 해상에 떨어져…아베, NSC 소집 “북한에 단호히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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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10명의 각료를 교체하는 개각 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이 처음으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AP=뉴시스]

북한은 현재 동해와 서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상태라 군 당국은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지난해 8월 4일 목함지뢰 도발 1년째 되는 날과 이달 후반 진행하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두고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유권으로 주장한 ‘2016 방위백서’ 발표 다음 날 미사일을 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 안전 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용서 못할 폭거”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북한에 단호하게 항의했다”며 “미국·한국과 연대해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이자 대한민국뿐 아니라 주변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엄중한 도발행위”라며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위상·외상 등을 소집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응을 지시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오전 베이징의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에도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관계 당국에 ▶정보 수집·분석과 국민에 대한 신속한 정보 제공 ▶항공기와 선박 등의 안전 확인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한 대비 태세 구축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이날 미사일 파편 회수에 나섰다. 미사일 부품이 떨어진 해역에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정용수 기자, 도쿄=오영환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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