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경제] 원전 수거물 처분장 왜 필요한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원전 수거물 처분장 부지 선정 문제로 전국이 시끌벅적합니다. 전북 부안군이 위도에 원전 수거물 처분장을 건설해도 좋다며 중앙정부에 유치신청서를 낸 것을 놓고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지요.

신문.방송 등은 부안군의 용기와 결단을 높이 칭찬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의 위세도 만만치 않아 파란이 일고 있습니다.

원전 수거물관리 처분장이 무엇이기에 그 난리일까. 틴틴 친구들 중엔 "그렇게 반대가 심하고 17년여나 끌어도 해결을 보지 못한 것이라면 아예 짓지 않으면 안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원전수거물관리센터는 원자력발전소와 병원 등이 있는 한 꼭 지어야 한답니다. 원전 수거물과 원자력발전소.병원과는 어떤 관계가 있기에 그렇다는 것일까요. 서로는 바늘과 실, 사람과 화장실 관계로 비유할 수 있어요. 어느 한쪽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려면 원료인 우라늄과 이를 관리하는 기술자들이 필요합니다. 우라늄을 쓰고 나면 연탄재에 해당하는 쓰레기가 생기고, 기술자들이 입고 버리는 작업복이나 장갑.덧신, 그리고 폐부품 등도 어쩔 수 없이 나와요. 이런 것을 통틀어 원전수거물이라고 한답니다.

병원에 가면 암을 진단하는 양성자단층촬영장치(PET)라는 것이 있습니다. 진단 받는 사람의 몸에 방사선이 나오는 특수 약물을 주사해야 이 기기로 사람 몸속을 촬영할 수 있어요. 약물을 주사할 때 사용한 주사기나 약물 용기 등도 원전 수거물에 포함된답니다.

원전 수거물 처분장은 이런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저장하는 곳이지요.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 김포 쓰레기 매립장이라면, 원전 수거물 처분장은 원자력발전소나 병원의 특수 진단.치료 장비에서 나오는 쓰레기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원전 수거물은 생활 쓰레기와 함께 섞어서 버리지 못해요.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주는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쓰레기 처분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체의 쓰레기 처분장은 화장실이고, 가정의 쓰레기 처분장은 김포 쓰레기 매립장 같은 곳입니다. 화장실이나 쓰레기 매립장이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대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원자력발전소도 마찬가지예요. 원전수거물 처분장을 짓지 않으려면 원자력발전소를 없애야 합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원자력발전소를 돌리기 위해 그 쓰레기를 받아 줄 매립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전력 사정은 원자력발전소 없이는 유지하기 힘들답니다. 전등 10개 중 4개 꼴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불을 밝히고 있어요. 수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가 있지만 원자력발전소만큼 안정적이고 값싸게, 또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는 없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17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돌아가고 있어요. 전남 영광, 고리, 경북 울진.월성에 모여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 역사는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가 국내 처음으로 가동된 이래 25년여가 됐어요.

그동안 한기당 발생한 쓰레기 양은 1년에 약 5백드럼(폐연료 제외). 몇년 전부터는 쓰레기 압축 기술 등 처리 기술의 개발로 연간 한기당 1백40드럼으로 줄었습니다.

폐 작업복 등 태울 수 있는 것은 태운 뒤 방사선이 나오는 재만 보관하는 식으로 양을 줄여왔으나 한계가 있어요. 그동안 발생한 쓰레기는 원전 수거물 전용 처분장이 없어 발전소마다 임시 저장소를 만들어 보관해 오고 있답니다.

정부가 원전수거물 처분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임시 저장소가 꽉 찰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울진 원전 저장소가 2008년 포화되는 것을 시작으로 그 때부터 차례로 각 원전 저장소에 더 이상 쓰레기를 놓을 곳이 없어져요. 지금부터 원전수거물 처분장을 짓기 시작하지 않으면 2008년에 맞춰 완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원자력 발전은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집 안의 화장실이 막히고, 김포 쓰레기매립장의 문을 닫는 꼴이라고나 할까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외국으로 내보내지도 못합니다.

몇해 전 북한이 외국의 원전 수거물을 돈 받고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국제법에 어긋나 결국 성사되지 못한 선례도 있어요. 이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원전수거물은 우리나라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원전수거물 처분장을 어쩔 수 없이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박방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