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피해 어린이 배상금 최대 1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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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확정하고 배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인 데다 일부 피해자만 포함됐기 때문에 배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종안 확정, 오늘부터 신청 접수
피해자들 “1·2등급만 배상” 반발

옥시는 3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발표하고 1일부터 e메일과 팩스·우편을 통해 배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상은 정부 조사에서 1, 2 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로 한정했다. 옥시는 배상 신청이 접수되면 전담팀을 구성한 뒤 개별 사례를 고려해 배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배상안에 따르면 옥시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로 최대 3억5000만원(사망 시)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치료비와 간병비, 사망하거나 다치지 않았을 경우 추정되는 수입, 법률 자문 비용 등이 추가된다.

영유아와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배상금을 10억원으로 일괄 책정했다. 사망하거나 다치지 않았을 경우 벌었을 수입을 추정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다만 중증 영유아나 어린이는 치료비·간병비 등을 별도로 지급한다. 최종 배상안에는 가족 중 피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추가 위로금 5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타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이번 배상안이 조금이나마 그동안의 아픔에 대한 위안과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단체들은 “3, 4등급 피해자에 대한 배상안 없이 1, 2 등급 피해자만 배상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라며 확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는 “피해자 등급은 정부가 피해자 긴급지원을 하기 위해 2013년에 만들었다”며 “가해 기업인 옥시가 정부 기준을 그대로 따라 배상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대폭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자와의 개별 협상을 통해 배상액을 정하겠다는 옥시의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국정조사나 앞으로의 재판에서 이번 배상안을 받아들이는 일부 피해 가족을 합의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최승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 유가족 중에는 이 사건을 그만 털어버리고 싶어 하는 피해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들이 개별적으로 옥시와 협상하는 것은 말릴 수 없는데 옥시가 이 점을 노리고 개별 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성화선·김나한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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