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산다 김선명씨 유치원교사 2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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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기 자녀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를 바라는 어머니들의 조바심이 제일 큰 문제인 것같습니다. 그런 마음을 충족시키자면 영어나 음악·미술대회에 나가 상장과 트로피타기등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는 유아교육을 요구하게 되거든요.』
유치원 교사생활 26년째 접어든 김선명씨 (47·서울길음국민학교 병설유치원) .
모름지기 유치원 교육이란 사회성과 정서및 인지·언어·신체능력등 5개분야를 고루발달시키기 위한 전인교육이되어야 하지만 어머니들의 무분별한 요구때문에 자칫 빗나가기 십상이라고 안타까와한다.
공립유치원이나 대학 부속유치원등 극소수를 뺀 대개의 사립유치원들은 눈에 띄는 결과를 바라는 「유치원교육소비자(어머니)」들의 기대를 무시할수 없어 취학전 어린이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좋은 바탕을 만들어 주기에 최선을 다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것.
상당수의 유치원 교사들이 너무 낮은 보수라든지, 결혼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그만 두거나 얼마쯤 지나면 유치원원장으로 변신 (?) 하는데 비해 김씨가 보기 드물게 「교사의 길」만 걸어온 것도 이런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어린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싶은데다 만일 그 자신이 경영자 입장으로 바뀌면 경제적 측면때문에 소신껏 교육하기 어려울까봐 두렵다는 이야기다.
그가 경기대 보육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하기시작한 61년 무렵과 요즘의 어린이들은 놀랍도록 달라졌다고.
20여년 전처렴 대소변도 제대로 못가리거나 너무 수줍어 말도 못하고 어머니 치맛자락에만 매달리는 어린이는 이제 거의 찾아볼수 없단다.
오히려 너무 영악스럽달 정도로 의사표현이 정확하고 『왜그래요?』를 끝없이 되풀이하는 바람에 그 왕성한 호기심을 모두 채워주려면 일단『좀더 공부해보고 나서 가르쳐 줄게』라고 대답해야하는 예가 흔하다는 것이다.
노래· 무용· 연극등 여러 사· 앞에서 재롱잔치를 벌이기위한 연습이 대부분이던 유치원 교육내용도 이젠 놀이중심의 전인교육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1천명 가까운 어린이들을 지도해 봤어도 「제자」가 전혀 없다는 것이 허전한대목이라고 웃는다.
『일찍부터 무리해서 「공부」를 가르치려다 정작 평생토록 소중한 바탕이 되어야할 흥미와 의욕을 꺾어버리지 말것』을 거듭 당부하는 「평생유치원 교사」 지망생 김씨의 월수입은 50만원 남짓.<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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