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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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국의 추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큰 정치」 「대 타협」 등 여야가 내거는 명분은 다 그럴듯하지만 아직 핵심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경색된 정국을 풀 대화의 필요성을 여야 모두 느끼고있고 그것은 국민모두의 절실한 바람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씨의 신민당입당이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현재의 교착상태를 푸는 돌파구 내지 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김씨가 입당회견에서 밝힌 시국관은 정부·여당의 것과 비겨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씨가 『충돌보다는 평화를, 대결보다 대화를 통한 합의를 원한다』 고 강조한 것은 대화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들이다. 특히 논의의 초점이 되고있는 직선제 개헌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만하다.
물론 김씨의 입당이 곧바로 당권장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씨와의 관계를 비롯해서 김씨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인들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후에서 당을 원격 조정하던 위치와 당 안에 들어온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입당이 야권의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쳐두고라도 여당의 입장에서는 실세를 지닌 대화상대가 전면에 나선 셈이 된다.
조연하의원 징계 매듭 등이 신민당으로서 김씨 입당에 대비한 정지작업이었다면 민정당으로서도 그의 입당실현을 기다리고 있던 흔적이 없지 않다. 노태우 대표위원이 김씨가 신민당에 들어오면 대화에 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치인들이 입버릇처럼 외다시피 하는 대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총선 후 1년 내내 사사건건 대립만 해온 과정에서 감정까지 겹쳐있는 판국이니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할지 암담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숨막힐 듯 얼어붙은 정국을 푸는 일이야말로 정치인들의 지상과제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강경으로 맞서 파국을 부르는 일은 쉽고 양극으로 갈린 시국관을 좁히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그 현격한 차이에서 어떤 공통분모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국민 모두의 간절한 여망이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서두르는 일 못지 않게 성급하게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금물이다. 차분하게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거듭 지적하지만 정국을 원만하게 이끌 책임은 여야에 다같이 있고, 그 중에서도 여당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실세로 인정하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의 문을 열 채비부터 해야한다. 특히 정부·여당은 그런 뜻에서 야당이 대화와 타협에 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될 줄 믿는다.
우리는 김씨가 골수 야당인으로서 저돌형 투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원내총무를 다섯번이나 역임한 「타협의 명수」 이며 의회정치의 신봉자라는 사실을 갈 알고있다. 이런 요인들을 긍정적으로 살린다면 김씨의 신민당입당이 난국수습의 전기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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