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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사오정] 성주 유림의 공자스러운(?) 사드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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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대표가 상소문을 읽는 동안 무릎을 꿇고 있는 성주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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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지역 8개 유림단체 128명의 회원들이 27일 오전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상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반대하는 성주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현장의 분위기가 다소 거칠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자의 제자들이 보여준 예의 바른 시위 문화는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그 어떤 구호도 외치지 않았습니다. 거친 주장을 담은 단 한 장의 피켓도 없었습니다.

70~80대 노인들이 대다수인 이들은 상소문 전달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공손하게 마쳤고, 국가 수반에 대한 예의로서 청와대 방향으로 세번 네번 거듭 무릎을 꿇어 인사를 했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128명의 대표가 나와 사드 배치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상소문을 읽는 동안 나머지는 다시 무릎을 꿇고 침묵 속에서 자신들의 간절함이 청와대에 전달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우리의 정치는 초야에서 은인자중하던 공자의 제자들마저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시위 현장에 나오긴 했지만 어떤 경우에서도 예를 다하는 이 이상한 노인들의 모습에서 2500년을 관통한 공자의 가르침을 생각해봅니다.

글·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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