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중합격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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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기대를 비롯한 특차대학 합격자들의 일반대학 이중지원 허용이 현행 대입제도를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등장, 물의를 빚고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11월 과기대에 최종 합격한 5백29명중 4백여명이 학력고사에 응시했고 그중 3백 점 대의 고 득점자들이 서울대 자연계학과에 응시한데서 비롯되었다.
이들의 이중지원으로 많은 학력고사 고 득점자들이 서울대자연계 인기학과를 기피한 것은 그렇다 치고 이중지원자 중 상당수가 이중합격을 했다가 수검통보에 불응함으로써 전기대는 물론 후기대입시에까지 연쇄적으로 파문을 던지고있다.
서울대학 측은 문교부와 협의, 수검불응으로 생긴 1백49명의 결원을 1지망 차점자로 충원키로 결정했으나 제2지망 합격자 제외로 이들 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제1지망 학과에 합격하는 모순이 생겼을 뿐 아니라 이들 추가합격자 가운데는 이미 후기대학에 지원한 경우가 많아 이중지원을 금지한 교육법시행령에 저촉된 이들 학생을 어떻게 구제해야 하느냐는 새로운 문제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떤 제도 건 마찬가지지만 특히 대학입시는 한사람의 장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기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공정하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엄격한 경쟁의 원리가 전제되고 있는 이상 점수를 더 받은 수험생이 하위득점자 보다 불이익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전기대합격자가 확정된 지금에 와서 이미 제2지망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의 의사를 따질 수 없이된 사정을 이해 못할 것은 없다. 그렇게 되면 서울대학 합격자전원을 재조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고 사실상 그런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결원보충에서 생기는 모순은 외면한 채 차점 탈락자들로 충원 조치는 아무래도 행정편의에 치우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당국에 따르면 수검 불응자 가운데는 과기대 합격자 22명과 육사합격자 8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서울대 합격을 포기함으로써 그 주름은 멀리 후기대입시에까지 미친 셈이 된다.
가령 서울대 추가합격자가 후기대학에 이미 원서를 접수시켰다해서 이중지원자로 불합격 처리될 때 그 억울함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명시된 규정이 있는데도 편의에 따라 이를 눈감아 준다는 것 또한 이치에 닿지 않으니까 말이다.
기왕지사라고 어물쩡 넘기려한다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는 강구해 놓아야 한다.
특차대학이 나름대로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시비의 대상일 수 없다. 그렇지만 문교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현행 입시제도에 혼란을 빚는 결과는 빚지 않도록 가능한 ?의는 보여야 할 것이다.
이중합격을 방지하는 방법은 간단할 것 같다. 과기대 등 특차대학이 합격생 들에 대한 소집 일을 일반대학 전형일로 잡으면 아무리 출신고교의 채근이나 두 군데 일류대학을 다 합격했다는 개인적인 허영심을 충족시키고 싶어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합격 못지 않게 이중지원도 문제다. 극단적으로 말해 과기대 합격자 가운데 절반정도만 전기대학에 지원을 한다해도 그 파문이 어떨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따질 겨를은 없다. 다만 지금의 제도나마 당국자의 무신경. 무성의로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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