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단체의 정체파악 탐문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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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자가 도착한 3일 베이루트의 날씨는 쾌청. 섭씨2O도를 오르내리는 알맞은 날씨지만 시가지에선 수시로 총성이 울리고갑자기 폭탄사고가 터지는등 한순간도 방심할수 없는 긴강감이감돌고 있다.
○…지난1일 홍콩을 출발, 파리를 경유해 레바논에 입국하는 절차도 힘이 들었지만 수도베이루트에서 한국에 전화연락을 하는데도 상당한 불편이 따르고있다.
기자가 『베이루트에 무사히 도착했다』 는 연락을 본사에 하는데만도 2시간이상이 걸릴 정도였다.

<사태의 급진전기대>
○…현재까지 4단체가 도서기관을 납치했다고 주강하고 있는가운데 「전투혁명세포」 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가 도서기관의 피랍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오자 베이루트주재 한국대사관측은 우선 도서기관이 살아있다는데 안도하고 있다.
사진우송으로 사건의 윤곽이 잡혀 사태가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대사관측은 앞으로이들이 요구해올 조건들에 대해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투혁명세포」가 도서기관사진을 우송해오자 대사관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비상상태. 레바논정부및 수사당극· 각 종파지도자들과접측하고 있는 금현진대사와 공관원들은 이 단체의 정체파악을위해아랍어·프랑스어·영어신문10여종과 TV·라디오방송을 샅샅이 체크하는 일방 「전투혁명세포」 와 관련된 소문의 탐문에 들어갔다.
○… 「전투혁명세포」의 범행이유에 대해 외국기자들은 억류돼 있는 아랍인죄수들의 석방압력을 위한 정치적 이유등을 들고 있다.

<특수경비원 넷파견>
○…전투혁명세포가 보낸 메시지를 처음 발견한 것은 3일 상오6시45분 AFP에 근무하는 현지고용 레바논인에 의해서였다.
이 메시지는 하얀봉투 겉에는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은채 사진이들어 있었다. 아랍어로 된 메시지에는 『도서기관을 우리가 납치했다. 한국정부가 앞으로 제시될 우리의 요구조건을 거부할 경우 도서기관을 없애겠다』는 내용의 글이 씌어져 있었다.
○…「전투혁명세포」가 베이루트에 주재하고 있는 많은 외국통신 사중에서도 프랑스의 AFP를 택해 도서기관의 사진과 메시지를보내온 것은 이 통신이 중동에 정확한 소식통을 갖고 있으며 레바논사태와 미국-이스라엘-리비아관계등 중동의 전반적인 정세에 관해 비교적 정확히 보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단체들이 이번 사건보도가 나가자 우리대사관에 위로를 해오고 정보도 전해주고 있다.

<모니터내용을 검토>
○…베이루트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각종 언론들의 모니터 내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어느지역에 또 포탄이 떨어지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르면 아무일도 할수 없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업무가 중단되고 문을 닫게 된다.
대사관직원은 이런「강요된 휴무일」이 지난해도 무수히 많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84년 2월 레바논사태가 악화된후 KOTRA직원·교민등이모두 철수하고 현재 교민1가구만이 남았다』 고 김대사가 말했다.
82년6월 이스라엘 침공 이전까지는 16개 상사가 주재했으나 최근 들어 방문자가 거의 없는 상태다.

<원한관계 산적없어>
○…유일한 한국교민인 이성씨는 중계무역을 하며 8년째 베이루트에 살고 있다. 부인·1남1녀의 자녀와함께 살고 있다.
○…『우리 한국대사관은 정치적 테러의 목표가 될만한 어떤원한관계를 만든적이 없습니다. 모든 일을 원만히 처리해왔으므로 이번 사건은 다른 납치사건과는 달리 갈 처리되리라 생각합니다』
김대사는 며칠전까지 레바논정부와 교섭, 내전중임에도 불구하고 88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낙관했다.
○…김대사는 이날 사진이 배달된 AFP지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즉각 사람을 보내 사진을 입수했다.
사진을 받아든 김대사는 도서기관의 생존사실에 우선 안도의숨을 내쉬면서도 범행단체가 「전투혁명세포」임이 확인되자 이들로부터의 또다른 통보를 접수하기 위해 AFP지사및 다른 주요 통신사 지사에도 연락을 취해 놓는 한편,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각별한 지시를 하달했다.
3일 현재 대사관으로 걸러온 범인들의 전화는 한 건도 없었으나 만약의 통화에 대비하기 위해비상근무 태세를 더욱 강화했다.

<전화소통안돼 불편>
○…이곳의 가장 큰 불편은 전화소통이다. 이는 지난 75년부터시작된 내란으로 시내 여러곳의 통신시설및 회선이 파괴돼 회선의 절대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 이로인해 대사관측은 본국과의 연락은 물론, 시내 통화에도 큰 불편을 겪고있다.
○…사건발생 직후 일본대사를 비롯, 레바논 정부요인·저명인사들이 수시로 방문 또는 전화로 도서기관의 안부와 함께 김대사에게 위로의 말을 보내고 있다.
몸값 요구 가능성 높지만 정치적 요구도 배제 못해, 레바논 정부를 통한 정상협상이 통상적.
○…레바논당국은 사건직후 특수경비대원 4명을 공관에 파견했는데 이들중에는 납치전문수사관 1명이 끼어있어 대사관에 들어온 각종 정보를 직접 분석·처리하는 역할도 해주고 있다.
정부기관및 각종파지도자·정치 어느지역에 또 포탄이 떨어지고,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르면 아무일도 할수 없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업무가 중단되고 문을 닫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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