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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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새로 시공한 보일러가 하루에 연탄 다섯장 정도는 때야 불이 잘 핀다. 너무 잘 피는 것이 속이 상하고 얄궂어 불문을 꼭 닫아놓으면 오히려 겉만 하얗게 타다 꺼지는 것이었다.
시공한 가게에 쫓아가서 기술자를 불러다 점검해 보니 자신의 오랜 경험 기술로도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리곤 오히려 내가 불을 조종못한다고 핀잔을 주었다
다른 보일러는 따뜻한 날은 한두장으로, 추운 날은 석장으로 연탄을 마음대로 절약할수 있는데, 우리집 보일러는 따뜻한 날, 추운 날을 가리지 않고 다섯장 정도는 갈아야 불이 꺼지지 않으니 속이 상하기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기다 연탄재 버릴 때는 청소부 아저씨가 민망할 정도였다
주부들은 한장의 연탄이라도 절약하면 기쁨이 말할수 없고 한장이라도 더 허실하면 속이 타는듯 안타깝다. 그렇다고 추운 방 에 연탄을 안땔 수도 없으니 고민이 말이 아니었고 보일러가게만 원망했다.
하루는 이래저래 연탄을 소모시키는 보일러의 연탄불에 약을 달이는데 넓적한 약탕관을 놓고 온종일 불을 써도 연탄이 그대로 였다.
이 사실에 착안하여 양철조각을 오려 보일러안 연탄통을 덮고 뚜껑을 덮었더니 연탄이 오래 갈 뿐더러 밑재의 덜탄 부분까지 시뻘겋게 다시 연소시켜주는 것이었다. 드디어 연탄을 절약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필요는 명의 어머니」라고 연탄을 많이 때는 낭비에 속이 상하다가 우연히 약을 달이는 실험을 통해 연탄을 절약하게 된 것을 생각하니 마치 놀라운 발명이라도 해낸듯하다. 바로 이런 탐구정신으로 살아가면 잘 살수 있다는 용기마저 생기는것 같아 오늘도 보일러통을 신통한듯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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