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와 제2외국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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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7학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 과목이 16개에서 9개로 줄어든다. 그리고 고등학교 내신성적반영률은 30%에서 4O%로 올린다고한다.
이는 앞으로 고등학교 성적만가지고 대학입학 전형의 자료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실효를 거두려면 모든 고등학교가 골고루 내실을 갖추어야하고 우리가 서로 신뢰하는 능력있고 건강한 사회를 전제로 해야한다. 이 조치는 우선 그런 사회를 향하여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그런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시도하는 개혁과 실험은 발전적일 수도 있고 부작용도 따를수 있을 것이다.
대학공부는 물론 그후의 지속적인 연구활동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과목은 외국어다.
87학년도 학력고사 과목발표에 따르면 독일어·불어등의 제2외국어 과목이 실업과목과 동일한 선택과목군에 끼여있어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개요에 명시된 실업과목 설정이유는 「여러직업의 특성을 이해시켜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대학공부와는 직접 관계가 있는 과목이 아님을 알수 있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점수얻는데만 집착하여 제2외국어를 기피하는 현상을 빚을까 우려된다.
학술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필요불가결한 능력은 훌륭한 문장력 (작가의 천재성을 뜻하지 않음) 과 두개 이상의 외국어 구사력이며 이러한 사실을 국내외의 동료들을 접하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게하고 글을 쓰는습관을 길러주는 합리적인 논술고사제도와 더불어 제2외국어 장려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독일고등학교에서는 어권이 좁은 인접국 언어를 제3외국어로 가르친다. 우리나라도 정치·경제·문화교류를 위한 외국어정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80년에 대폭 증원된 대학의 외국어과 학생수는 90년대를 겨냥한 우수한 외국어 능력소지자 양성을 목표로한 것이었다.
대학에서도 제2외국어에 배당된 시간은 충분치 못해 고등학교에서 기초를 다진 학생만 전공서적을 읽을수 있는 수준에 이를수 있다.
논술고사와 더불어 제2외국어 시험도 대학이 맡아서 관장하게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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