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 오픈 '황색 돌풍' 떴다! 허석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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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호(30.이동수패션.사진)는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선수여서 국내 팬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허석호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이며 현재 경기도 용인 수지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티칭프로로 있는 아버지 허재현(60.전 이포CC 상무이사)씨의 영향으로 12세 때 골프클럽을 잡았다.

부산 대연 중.고교와 한체대를 졸업한 허석호는 1990년부터 5년간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지냈으며, 95년 국내 프로테스트를 거쳐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그의 초창기는 불운했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며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군 복무로 3년간 클럽을 놓아야 했고, 99년 다시 국내 투어에 복귀했지만 군 시절 다친 무릎이 계속 말썽을 일으켰다. 정밀검사 결과 무릎의 연골이 찢어진 것으로 드러나자 그는 주저없이 수술을 받았다.

잘못 되면 선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었지만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고서는 대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수술 이후 피눈물 나는 재활치료를 받으며 부상을 극복했다. 허석호는 2001년 포카리스웨트 오픈에서 우승해 프로 첫승의 테이프를 끊었고, 이후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옮겼다.

일본프로골프협회(JGTO) 2부 투어에서 3승을 올려 올해 정규투어 풀시드를 확보한 허석호는 지난해 주켄산교오픈(총상금 1억엔)에서 합계 14언더파 2백74타를 쳐 우승했다.

또 아시안투어 겸 국내 메이저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해 세계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세계랭킹 1백위권에 진입한 허석호는 지난해 멕시코 월드컵 골프대회에서 최경주(33.슈페리어)와 팀을 이뤄 역대 최고성적인 3위에 입상했다.

허석호의 장점은 비교적 좋은 체격(1m77㎝, 78㎏)에 드라이브샷이 3백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3년 전 허석호는 일제 클럽을 수입하는 ㈜청풍교역이 남성대 드라이빙레인지에서 ASX 드라이버 장타대회를 열었을 때 3백50m의 엄청난 장타를 날려 참가자들의 눈을 동그랗게 했다.

허석호는 이동수 골프구단이 2000년 3월 창단할 때 입단했으며, 일본에 진출하기 전 이동수 골프구단의 임진한 프로에게 지도를 받았다. 이동수 골프구단은 현재 남자 6명, 여자 8명의 프로선수로 구성돼 있으며 허석호는 올해 초 2억원에 1년간 계약을 했다.

허석호는 매 대회 마지막 퍼트를 끝내면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할 정도로 효심도 깊다.

어머니 이승애(57)씨는 암으로 5년간 투병 생활을 했으나 이제는 병마에서 벗어나 아들을 정성으로 뒷바라지하고 있다. 허석호는 이밖에도 버디를 기록할 때마다 2만원씩 내 장애인 돕기 성금으로 적립하는 '사랑의 버디 행진'에도 동참하고 있다.

이번 브리티시 오픈에서 리더보드에 그의 이름이 'S. K. HO'라고 표기돼 있는 것은 일본투어 상금랭킹으로 출전권을 얻어낸 허석호가 일본에서 활동하며 현지인들이 발음하기 쉽도록 영문 스펠링을 '호소코'라고 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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