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이외 핵시설 사실이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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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영변 재처리시설 외에 제3의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는 관측은 다자회담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북한 핵 해법을 다시 미궁에 빠뜨릴 수 있는 메가톤급 파괴력을 안고 있다.

사실이라면 "8천개의 사용 후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신빙성은 커지고 6개의 핵폭탄을 만들 분량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도 20일 "영변 외에 재처리 시설이 존재한다면 북한이 국가 방위에 필요한 시설의 경우 복제 시설을 갖고 있는 예로 비춰보아 제3, 제4의 비밀 핵시설도 완공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미국 정부가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검증해야 하는 외교적 해법이나, 특정 핵시설을 선제 공격으로 파괴한다는 군사적 조치를 선택하기가 모두 어렵게 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당초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재처리 완료' 주장에 대해 "인공위성 등으로 24시간 감시했으나 영변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은 부분적으로만 가동해왔다.

따라서 사용 후 핵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재처리를 감시하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이 현장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미완공상태의 재처리시설에서 완료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미.일 정보 당국이 최근 북한 국경 주변의 대기에서 검출한 고준위의 방사성 가스 크립톤 85의 진원지를 컴퓨터로 추적한 결과 영변이 아닌 산악지대 지하에 새로운 재처리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 정보기관도 "제2의 재처리공장의 위치는 영변의 동북부 지역"이란 첩보를 미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동북부 자강도의 하갑.강계 등은 지하 비밀 핵시설이 존재하는 곳으로 의심받아 온 지역이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알려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의 미확인 지하 핵시설은 최소 두 개 이상"이라며 "이런 시설들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의 '정밀폭격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지하 군사산업시설은 1만1천~1만5천개로 추정되고, 지휘통제 시스템과 같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시설은 똑같은 시설을 여러개 구축하는 성향으로 볼 때 군사적 조치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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