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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이용호 만나냔 질문에 "기다려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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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북한 외교수장이 24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한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다.

북·중 외교수장 한 비행기로 입국, 숙소도 같은 곳
이용호, 북·중 회담 질문에 웃으며 고개만 끄덕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북한 이용호 외무상을 태우고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쿤밍을 경유한 동방항공 항공편은 이날 오후 4시43분(한국시간) 왓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왕 부장은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용호와)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 서로 안부를 물었다”고 말했다.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알릴 때까지 기다려달라. 그 때 모두에게 알려주겠다”며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용호는 왕 부장에 이어 비행기에서 내렸다. 회색 양복에 흰 와이셔츠, 격자무늬 금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북·중 외교장관 회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날 생각이 있는지, 이번 행사에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할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성근 주라오스 북한 대사 등이 이용호를 영접했고, 여러명의 경호원이 함께 나왔다. 현장 취재를 위해 취재진 수십명이 몰렸고, 경호원들이 이용호에 대한 기자들의 접근을 거칠게 막으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왕 부장과 이용호가 한 비행기를 타고 온 데 대해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는 등 북·중 간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는 데 따른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라오스로 오는 항공편이 하루에 한 대 뿐이고, 여러 행사 일정 등으로 인해 공교롭게 같은 비행기를 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두 사람이 머무르는 숙소도 같다. 비엔티안 시내에 있는 D 호텔이다. 북·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면 이 곳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날짜는 24일이나 25일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호텔에는 북한과 중국 외에도 브루나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몽골, 미얀마, 파푸아뉴기니, 파키스탄, 스리랑카 대표단이 묵는다. 북한이 호텔에서 추가적인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용호는 도착 직후 라오스 대통령궁을 찾는 등 돈독한 북·라오스 관계를 과시했다. 대통령궁에서 약 30분 동안 머물렀다. 올 1월 열린 10차 전당대회에서 당 서기장 겸 대통령(서열 1위)으로 선출된 분냥 보라치트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비엔티안=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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