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꾀어 손님도 유혹…일석이조 포켓모노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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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중앙포토]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열풍이 음식점 등 업체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업체들이 포켓몬을 찾아 거리를 배회하는 게임 이용자들을 손님으로 맞이해 돈을 버는 '포켓모노믹스(Pokemonomics, 포켓몬과 이코노믹스를 합성한 신조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코벤트가든의 햄버거 음식점 맥스웰은 매장에 포켓몬이 모여들도록 유혹하는 아이템(1개당 1100원)을 구입해 사용한 이후 매출이 26% 늘었다. 포켓몬이 늘어나자 포켓몬을 잡으러 매장을 찾는 손님도 늘어난 덕분이다. 맥스웰 측은 "하루에 아이템 구입에 최대 100파운드(15만원)를 쓴다. 아이템에 쓴 돈 1파운드 당 44파운드(6만5000원) 가량의 수익이 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음식점은 포켓몬을 테마로 한 밀크쉐이크·도넛 등 신 메뉴를 개발하고 23일엔 포켓몬 고 이용자 400명을 초청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포켓스탑', '체육관' 등 게임과 연계된 장소를 활용한 영업도 활발하다. 포켓스탑과 체육관은 교회·버스터미널 등 해당 지역의 실제 명소에 자동으로 설정되며, 게임을 실행한 상태로 스마트폰을 들고 이곳에 가면 아이템을 얻거나 다른 이용자의 포켓몬과 대결을 벌일 수 있어 게임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다. 캐나다 CBC뉴스는 22일 "인근에 포켓스탑·체육관이 생긴 매장들이 게임 이용자들을 겨냥한 할인 행사 등을 펼쳐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앤틱은 지금까지 자동 생성되던 포켓스탑과 체육관 일부를 기업체에 제공해 수익을 창출할 방침이다. 나이앤틱은 22일 포켓몬 고를 일본에 정식 발매하면서 일본 맥도날드와 협약을 맺고 일본 전국 약 2500개 매장을 포켓스탑, 400개 매장을 체육관으로 지정했다. 일본 맥도날드는 지난 15일 포켓몬스터 장난감을 증정하는 메뉴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21일 나이앤틱과 협약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포켓몬 마케팅에 힘입어 주가가 일주일 만에 19% 상승, 22일 3620엔(3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투자은행 팬무어고든의 애널리스트 조지 오코너는 "업체들이 게임 속 가상의 장소를 차지함으로써 고객들을 실제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진 가운데 전에 없던 마케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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