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양과 노동의 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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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기획원이 조사한 85년의 한국사회지표는 국민의 경제생활 뿐 아니라 문화·교육·보건·주택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인의 생활수준이나 환경을 간접으로 나타내 보인다.
사회지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국민이며, 직업에 대한 만족 도는 여전히 낮아 근로자의 82%는 자기 장래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 실질 임금수준은 80년보다 22·6%가 높아졌으나 생산직과 관리직, 학력간 임금격차는 여전히 벌어져 있다.
한국의 근로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한다는 통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1차 적으로는 우리가 그만큼 근면하고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성취 욕이 강하다는 반증으로 보아 흔히 발전의원동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부존의 빈약한 물적 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교육받고 근면한 근로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의 장점이다. 다만 우리는 이 같은 풍부한 인적자원이 얼마나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들의 노동이 얼마나 정당하게 대가를 받고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국민생활의 질이 얼마나 사회·경제적발전의 축과 어긋나지 않게 개선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근로시간을 비교할 때 국내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근로시간 52·4시간은 일본의 41시간보다 11·4시간, 미국의 40·1시간보다는 12·3시간, 프랑스의 38·9시간에 비하면 무려 13·5시간이나 많을 뿐 아니라 신흥공업국 싱가포르(48·9시간)보다도 3·5시간 더 많다.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은 근면 못지 않게 국내 노동시간의 상대적 열악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전반적인 저임금구조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국내산업의 저임금 업종인 제조업에서 가장 많은 주당 평균 54·3시간인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기본생계비에 미달하는 저임지대에 장시간노동이 현저하다는 사실은 임금과 노동시장 구조에 문제가 있으며 그것의 개선여부에 따라 근로의 양과 질의 개선이 충분히 가능함을 의미한다.
물리적인 노동의 양이 주된 관심사가 되는 것은 노동집약적 단순노동형 산업구조에서만 그렇다. 산업구성이 기술집약형 고도 산업화할수록 노동은 질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산업구조는 언제까지나 장시간 노동형에서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근로의 양 못지 않게 질적 개선과 근로의 효율을 제고하지 않으면 산업고도화 시대에서 뒤쳐질 뿐이다. 또 지금 같은 장시간노동구조는 고용의 안정과 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임지대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특히 산업간·직종간·학력간 임금격차를 줄여나간다면 근로의 질적 효율은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실효노동의 가능성이 생겨날 여지가 생긴다. 이렇게돼야 세계에서 가장 일 많이 하는 보람과 성과가 동시에 나타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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