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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에세이] ‘페북충’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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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별이

새학기가 되면 친구들과 싸이월드 일촌을 맺곤 했다. 수줍게 서로의 싸이월드 도메인을 묻고 일촌명과 일촌평을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방명록과 ‘퍼가요~♡’는 필수였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점점 친구들이 싸이월드를 그만두고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추억이 싸이월드에 담겨있다면 고등학교, 대학교 생활의 추억은 페이스북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한 친구가 얼마 전 충격적인 말을 했다.

“너 페이스북 진짜 많이 한다. 거의 뭐 페북충?”

페이스북의 줄임말인 페북에 벌레 ‘蟲충’자를 붙여서 만든 신조어인 페북충은 페이스북에 집착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타임라인에서 내가 자주 보이고 활동이 활발하자, 페이스북을 많이 한다고 나를 질책했던 사람들이 몇 있다. 나 스스로도 SNS에 시간을 많이 빼앗길까 걱정했던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학점, 동아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와 인간관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극한직업 ‘대학민국 대학생’으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SNS 좀 많이 하는 게 그렇게 죄스러운 일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 페북충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많이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관심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소위 ‘따봉충’들, 번번히 일어나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 광고와 허세의 중심이 되어버린 것까지, 우리가 ‘페북충’ 소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 페북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페북충’이라는 말을 쓰니? 페북으로 정보도 많이 얻고 친구들이랑 소통도 하잖아. 그게 욕먹을 일인가?”

내 당당한 발언에 ‘페북충’ 언급을 했던 친구는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면 본인이 거짓 정보를 선별적으로 판단할 기본적 능력만 있다면 페이스북은 정보를 얻고 공유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대학교 총학생회나 정부 기관에서도 젊은 이용자층을 고려해 페이스북을 통해 주요사항을 공지하고는 한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온라인 기사를 페이스북으로도 공유하고 있으므로 이슈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숙사 생활을 했던 고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주말에 반장이 페이스북으로 과제를 정리해서 알림장을 써줬던 기억도 난다.

또한 각종 대나무숲이나 사연을 읽어주는 여자 등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페이지도 많다. 비밀을 털어 놓거나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대나무숲은 단순히 감정적 위로를 넘어서 집단 내 문제를 고발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창구의 수준까지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 예시로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대나무숲에서는 학내 성희롱 사태에 대해 SNS를 통해 토론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음악이나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재주꾼이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해지는 경우도 많다. 못 다한 꿈을 뒤늦게라도 이룰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되는 것이다. 그 예시로는 가수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일반인의 소름 돋는 라이브 영상과 같은 페이지를 들 수 있다. 현실에서 꿈에 대한 좌절을 겪은 사람들도 SNS상에서 자유롭게 인정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아델소녀' 이예진 양의 경우, SNS에 올라온 영상을 통해 기회를 얻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인간관계의 확장인 만큼 스트레스가 늘어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공개범위 설정 등의 기능을 통해 본인 주변의 사람들과 소소하게 소통하는 용도로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특히 10대와 20대 사이에서의 페이스북은 ‘속박’보다는 ‘자유’의 상징이 되고 있다.

싸이월드 시절에 비해 페이스북이 공개적이고 자극적인 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페이스북은 10대, 20대들의 추억을 기록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도모하는 공간이다. 무조건 페이스북 자체에 대한 회의를 제시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들이 조금 더 건전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북충’은 벌레가 아니다. 페북을 통해 蟲(벌레 충)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忠(마음 다할 충)하며 미래를 위해 마음을 充(채울 충)하여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건전한 ‘페북충’이 되어야겠다. 좀 더 넓은 차원에서는 건전한 ‘페북충’을 위한 건전한 축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전히, 나는 페북충으로서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

글=안별이(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1)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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