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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업 책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9호 4 면

『아이언맨 매뉴얼』이라는 신간이 왔기에 처음엔 그냥 영화 화보집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 달라보였습니다. 고급스런 질감의 하드커버부터 그랬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놀랐습니다. 아이언맨(토니 스타크)과 스타크인더스트리의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다채롭게 구성돼 있었습니다. 따로?첨부된 파일 양식에 토니 스타크의 명함과 기밀 문서가 들어있는 것을 비롯해 토니 아버지의 비밀연구 메모, 스타크 엑스포의 입장권과 팸플릿, 아크 원자로 회로도, 포스트잇처럼 붙여 놓은 각종 메모까지. 일일이 따로 붙이는 수작업이 아니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제본이었습니다.


출판사에 물었더니 “2013년 출간된 이 책이?해외 직구로 화제가 되고 있음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됐다”며 “영문판 원본처럼 홍콩에 한글 자료를 보내고 현지에서 제본을 마친?뒤 가져와 한국판을 내게 됐다”고 하더군요.?152쪽에 5만5000원이나 하는,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담당자는 “매니어들의 소유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언맨 슈트 설명서 같은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있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바로 그런 데서 쾌감을 느낍니다. 소위 말하는 ‘스토리텔링’이고 ‘설정’이고 ‘디테일’입니다. 게다가 그런 자료를 일일이 만들어 붙인 정성까지 느꼈다면, 지갑은?더욱 쉽게 열릴 겁니다. 그런 게 바로 새로운?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창조경제’겠지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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