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뇌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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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병 가운데 '뇌졸중'이 있다. 이를 '뇌졸증'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우울증.건망증.골다공증 등 증상이나 병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부분 '-증(症)'이 붙다 보니 자연스럽게 '뇌졸증'으로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뇌졸중(腦卒中)'은 이들과 다르다. 한자를 보면 도움이 된다. '뇌졸중'의 '졸중(卒中)'은 '졸중풍(卒中風)'의 줄임말이고, '졸중풍'은 중풍(中風)과 같은 말이다.

'졸(卒)'은 '갑자기'라는 뜻이 있는데 졸도(卒倒)가 그 예다. '중(中)'은 '맞다'는 의미가 있으며 적중(的中)이 그렇다. '풍(風)'은 풍사(風邪.바람이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로 인해 생긴 풍증을 얘기한다.

따라서 '졸중풍'은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뜻이고, '뇌졸중'은 '뇌에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말이 된다.

뇌혈관 장애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반신불수.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을 남기는 병을 한방에서 '중풍' 또는 '졸중풍'이라 한다.

'뇌졸중'은 현대의학에서 뇌출혈.뇌경색.뇌혈전 등 뇌혈관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것이다. 과로.흡연.비만 등 유발 원인이 다양하다고 한다. 결국 한자어 표기를 모르다 보니 '뇌졸중'을 '뇌졸증'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말 가운데 약 60%는 한자어로 구성됐다.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을 정확하게 구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뇌졸중'을 '뇌졸증(腦卒症)'으로 쓴다고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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