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쓸고간 마을에 뜬 빨간밥차 “희망 듬뿍 담은 메시지 배식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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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필리핀 타클로반의 림부한초등학교을 찾은 비씨카드 빨간밥차 봉사단원이 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비씨카드]

곳곳에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집 사이로 태풍에도 끄떡없을 법한 시멘트 벽돌집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 14일 찾아간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 2013년 11월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7350명의 사망·실종자와 1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이 지역의 복구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필리핀 간 비씨카드 해외봉사단
태풍 ‘하이옌’ 피해 타클로반 찾아
초등학교서 교육봉사활동도 함께

이날 비씨카드 해외봉사단 20여 명은 이곳의 림부한초등학교에 찾아왔다. 2014년 1월 비씨카드가 타클로반에 파견한 빨간밥차와 함께였다.

전교생 150여 명을 위한 점심 배식과 교육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림부한마을은 타클로반에서도 열악한 환경이다. 야자농사로 생계를 꾸려온 주민들은 태풍으로 야자수가 쓰러지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봉사단원들과 함께 만든 장난감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아이들에게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손수 만든 종이왕관을 쓴 채 연습해둔 춤솜씨를 뽐내며 즐거워 했다.

배식 받은 밥과 닭고기 반찬을 맨손을 집어먹으며 아이들은 “Yummy(맛있어)”를 외쳤다. “평소엔 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먹을 게 없으면 오후에 다시 학교를 오지 않아요. 밥차가 배식봉사를 하는 날은 모든 학생들이 오후에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학교에서 환영하죠.” 현지에서 매주 빨간밥차 배식봉사를 해온 선교사 강병기 씨의 설명이다. 봉사단이 이 학교를 찾은 건 한국과의 인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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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의 지도를 받아 종이왕관을 만드는 미술활동을 하는 아이들 표정이 진지하다. 타클로반은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폐허가 됐던 지역이다. [사진 비씨카드]

태풍으로 부서졌던 학교건물은 한국 라이온스협회의 자금지원과 한국에서 파병된 아라우부대의 땀으로 2014년 세워졌다. 건물 벽면엔 태극기와 필리핀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있다.

이 학교 자스민 레도나 교장은 “한국인들의 노고와 은혜를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를 위해 나온 지역 공무원 울다리코 갈리시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봉사의 손길 덕분에 마을이 다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봉사단에 참여한 김미숙(46·여) 씨는 “아이들을 보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가난을 모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배웠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하영(19·여) 씨는 “아이들에게 진흙탕 대신 포장된 길을 깔아주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비씨카드가 타클로반에 봉사단을 보낸 것은 2015년 1월 이후 세 번째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빨간밥차는 단순한 밥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를 지역에 전달하고 있다. 타클로반과의 인연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클로반=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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