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는 89년에 가서|지국은 평화적 정권 교체·올림픽 힘쓸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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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두환 대통령은 16일 『현행 헌법에 따른 평화적 정권 교체를 단 한 차례도 실현해 보지 못한 현 단계에서 제도의 변경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 면에서도 온당치 않다』고 전제, 『대통령 선거 방법의 변경에 관한 문제는 평화적 정권 교체의 선례와 서울 올림픽 개최라는 국가적 과제가 성취되고 난 연후인 오는 89년에 가서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국정 연설 요지 3면>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대 접견실에서 TV와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 86년도 국정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개헌 논의는 현행 헌법에 의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일단 이룩한 후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전 대통령은 『우리 정치는 이제 국력을 모으고 민족 자산을 늘려 가는 「큰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요청으로 믿고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큰 정치」를 통해 우리의 국가 과제를 함께 풀어 나가는 선진 정치의 전통을 스스로 확립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대해 『국민 여러분 중에도 공감을 갖는 분들이 있으며 직선제가 결코 나쁜 제도가 아니고 현행 제도와 마찬가지로 그 나름대로 논리와 근거를 가진 제도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우리가 직선제 선거를 통해 좋은 성과와 소망스런 결과를 과연 단 한번이라도 이룩했는가를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직선제가 선거 과정상의 문제점은 접어 두더라도 평화적 정권 교체를 단 한번도 이룩하지 못한 결과밖에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선진 민주국가의 경우도 직선제를 택하는 나라가 별로 없고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 중에서도 민주정치의 이상형인 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통을 제대로 확립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스스로 법을 어기고 의회를 외면하면서 비정치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면 그것은 먼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스스로 직분을 포기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하고 『그러한 행태는 국민의 대표라는 위치에서 볼 때 민주주의의 기본을 부인하고 국민이 준 임무를 저버린 것으로서 국민들이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특히 『그러한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이 끝내 기대를 찾지 못할 경우 그들에게 대표권을 맡겨 두고 있는 것을 매우 불안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전제, 『이러한 사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본분을 외면할 때는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심판은 준엄해질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 사회 일각에서 기존의 법질서와 공동체 의식을 무시하고 자기본위의 변화를 요구하거나 선동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그 행위가 과격해지는 현상이 있음은 매우 우려할 만한 사태』라고 지적하고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실상은 반민주적인 혼돈과 변혁을 도모하려는 태도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사회의 안정을 바라는 국민 절대다수의 여망과 민주주의 토착화의 역사적 과제에 부응하여 법질서를 파괴하고 사회의 안정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범법 행위는 단호하게 규제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본인의 임기를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소정의 임무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생각이 없으며 사회 기강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비록 인기가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본인은 이 비인기를 감수할 각오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대해 『우리 세대에 분단이 이루어진 만큼 통일도 우리 세대에서 이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본인은 그러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기존의 대화를 지속해 나감은 물론 북한측의 진실한 자세가 보장되는 한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대화의 장을 기꺼이 열어 나갈 것이며 대화와 더불어 상호 폭력과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남북이 서로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 가자』고 촉구했다.
전 대통령은 금년 경제의 기본 정책에 관해 ▲투자 활성화를 통한 완전 고용 실현을 위한 여건 조성 ▲보호주의 장벽의 극복을 위한 지원 시책 강화 ▲외채 의존 없는 자력 성장 의지를 확립 ▲2000년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 박차 ▲지방 발전 및 농어촌 발전 시책 본격 추진 ▲중산층 육성 및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혜택 확충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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