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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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천편의 응모작 중에서 예심을 거쳐 선자들에게 넘어온 작품은 50여편이었다. 그런데 이 50여편의 작품만을 두고 볼때 거의 대부분이 겨울·눈·강·바다·항구·갈대·풀잎등을 소재로한 연가풍의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연가풍의 시들은 시대의 암울함과 아픔을 뛰어넘고자 하는 몸부림을 그럴싸하게 형상화는 했지만, 어떤 절실한 체험을 가슴을 거쳐 형상화 했다기 보다는 대부분 머리만을 동원해 짜낸 혐의를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들은 별다른 논란없이 선자들의 손에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지만 공광규씨의 「어머니께」와 최승권씨의 「겨울 수화」는 무려 두시간 여를 소비하면서도 우열을 가리지 못해 선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겨울수화」는 짜임새가 견고할 뿐만 아니라 호흡이 안정되어 있었고 체험의 절실성도 살만했지만 무엇보다도 강점은 현실의 구체성에 대한 서정적 변용이 적절했고, 시인으로서의 인간미가 시 전체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공광규씨의 「어머니께」 는 유려한 시적 형상화나 뛰어난 언어감각과 기교는 그리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현실에 대한 관념적 접근이 흠이었다. 심사위원 황동규·조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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