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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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출판>
86년의 출판계는 출판의 사회적 기능과 그 책임의 문제에 대한 정부당국과 출판인·지식인사이의 시각의 차이가 하루 빨리 좁혀져야 우리 문화의 올바른 전개가 이루어질 것이다. 출판자유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출판인들의 양식이 지켜지는 것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출판계는 지난 5월의 금서파동, 8월의「민중교육」사건, 12월의 창작과비평사 등록취소조치등 연이은 충격파에 시달렸다.
당국은 지난 5월2일 3백여종의 출판물·유인물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일제수거에 나셨다. 이에 대해 출판인들은 출판자유수호대책협의회를 구성, 항의성명을 내고 「17인선언」등으로 우려를 표했다.
민간심의기구인 도서잡지 주간신문 윤리의원회가 연말에 대학교수·출판인들을 대거 참여시켜 도서등에 대한 심의에 신중을 기하려하고 있으나 이 기구의 기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86년에는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긋는 불행한 일을 어떻게 극복해서 우리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이루는가가 과제가 될 것이며 벌써 이 논의는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의 압력에 의해 제기된 외국인 저작물보호문제는 임시조치법의 제정, 국제저작권기구 가입,한미간 쌍무협정 체결등의 방안이 86년초에 연구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무역마찰에 편승해 압력이 강해지고 있으나 국익이 지켜지는 선에서 점진적인 보호를 이루는 방안이 모색되어야한다.
출판계는 미국업자들과 접촉, 복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호를 하고 번역의 보호는 당분간 유보시킨다는 대체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도 했으나 최근들어 이에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문학>
문학·예술이 현실을 어떻게 파악하고 표현하느냐 하는 문제는 86년에도 변함없이 논의의 초점이 될것이다.민중문학·예술이 말하는 민중은 노동자·농민·도시근로자등 소외계급에 국한된 것이며 계층적인 시각에서 현실을 바라본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현실을 보다 본질적·심층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라는 주장도 이에 맞서고 있다.
단 2호를 내고 폐간된 계간문학지 『실천문학』의 운영은 올 여름의 숨막히는 민중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문제는 문학이 문학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하느냐에 달려있으며 문인들은 자기문학에 정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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