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사직을 비즈니스 수단으로 쓴 주식 대박 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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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진경준 검사장이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지난 3월 말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진 뒤 거짓 해명과 침묵 사이를 오갔던 그가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일부 사실관계를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이것이 공직자, 특히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에게 걸맞은 행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어제 “진 검사장이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 형식의 자료를 제출했으며 그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는 그간 불거진 의혹에 대한 해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매입할 당시 넥슨에서 4억여원을 빌린 사실과 함께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을 처남 명의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일부 시인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2006년 주식을 10억여원에 되팔고 다시 넥슨재팬 유상증자에 참여한 과정에 특혜가 없었다고 하는 등 대가성과 업무 관련성을 부인하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 검사장의 자수서 제출은 결국 상황을 또다시 모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임검사팀 수사가 120억원대의 주식 대박 의혹을 넘어 처가(妻家) 명의 청소용역 업체 운영, 차명계좌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수사의 칼끝을 피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검찰은 어제 김정주 넥슨 창업주를 소환한 데 이어 오늘 진 검사장을 피의자로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진 검사장은 주식 매입 자금에 대해 “개인 돈”이라고 했다가 정부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선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달 초 넥슨이 주식 매입 자금을 대줬다고 인정한 뒤에도 그는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뒤늦은 자수서로 형사처벌을 피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검사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진 검사장은 검사직을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닌가. 검찰은 허울뿐인 자수서에 수사 강도를 낮춰선 안 된다. 시민들은 “떳떳하지 않게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 사람이 어떻게 수사를 했고, 어떻게 검사장까지 올라갔느냐”고 묻고 있다. 검찰은 관련 의혹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