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일용직 '벼락출세'… 굿모닝 로비 이사 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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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시티 윤창렬 대표는 사업 관할 구청인 서울 중구청에 온갖 구실로 로비를 시도했음이 드러났다.

중구청 일용직원 출신의 奉모(47)씨를 '이사 대우'로 특채해 그 창구역을 맡겼다. 奉씨는 18일 서울지검 특수2부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奉씨는 2001년 6월부터 지난 1일까지 중구청 건설관리과 도로정비계에서 일했다. 주로 노점상이나 포장마차 단속을 보조하는 일을 했다고 구청 측은 전했다.

尹씨가 奉씨를 통해 처음 로비를 시도한 건 2001년 9월. "굿모닝시티 사전 분양을 묵인해 달라고 부탁하라"며 1천5백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3월까지 매달 한번꼴로 1천만~5천만원의 돈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쓸 만하다'고 여겼는지 尹씨는 2001년 12월 그를 아예 굿모닝시티 이사대우로 영입했다.

로비 명목도 가지가지였다. '사전 분양 묵인'에서부터 '사업부지의 복잡한 권리 관계를 정리해 달라''철거허가를 빨리 내 달라''분진 발생을 묵인해 달라'등. '사전 건축심의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든가, '건축 폐자재를 쌓아두기 위해 도로를 일부 폐쇄할 테니 잘 봐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명절 때마다 떡값을 챙기는 일도 尹씨는 잊지 않았다. 2001년 추석 때 2천만원, 지난해 설날 3천만원, 특히 자금사정이 나빴던 올해 설날에도 1천5백만원을 奉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에는 구청 직원의 여름 휴가비 명목으로 奉씨에게 무려 5천만원을 줬다.

접대비와 용돈 명목으로도 1천만원씩 두번을 건넸다고 한다. 이렇게 奉씨에게 건네진 돈은 모두 16차례 3억2천5백만원.

奉씨가 그 돈을 실제로 중구청 직원들에게 몽땅 뿌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는 중간에서 그가 가로챘을 가능성도 있다"고 검찰은 본다.

하지만 尹씨가 그에게 계속 돈을 준 것으로 미뤄 실제로 돈이 구청에 건너가 로비 효과를 봤을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중구청 공무원들의 연루 비리도 함께 캐고 있다.

한편 奉씨는 검찰에 구속되기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축 관련 법규를 잘 알아 서류 접수 등을 도와주며 굿모닝시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 로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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