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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미래금융은 이종격투기…채널의 시대에서 시장의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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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2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앞으로의 금융은 이종격투기처럼 장르에 상관없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채널의 시대에서 시장의 시대로 옮겨가는 만큼, 증권업과 관련된 각종 제도도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요즘 레슬링이나 권투 본 적 있나. UFC는 좀 있을 거다. 저도 아들 때문에 UFC 보는데 지금 믹스트 마셜 아트, 즉 이종격투기가 인기다. 냅다 던져도 되고, 때려도 되고 다 합쳐진 격투기다. 격투기 시장을 평정한 거 같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본다. 인기의 비결은 가장 잘하는 기술을 섞어서 장르에 상관 없이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매력 때문. 이걸 보면서 이젠 채널의 시대에서 시장의 시대로 옮겨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증권, 은행, 보험, 카드에서 각각 일했던 방식은 채널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 콘텐츠 시장에서 플랫폼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시장논리에 익숙한 집단이다. 그래서 채널에서 시장으로 바뀌는 시장의 흐름을 타고 있는 집단이라 금융투자산업은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에 자산운용업 얘길 많이 했으니 오늘은 증권회사 얘길 많이 하겠다. 자산운용 쪽은 큰 변화 있었다. 최근 큰 변화는 공모펀드의 사모펀드 투자 운용, 부동산 SOC 펀드가 직접 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등이 있다. 펀드 쪽을 보면 수십년간 가장 큰 변화가 지난 1년간 진행됐다. 대출만 전문으로 하는 사모대출펀드(Private Debt Fund)는 물론 파생상품형 펀드도 허용하고, 자산운용 쪽 규제완화하고 새로운 제도 도입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7월 초까지 52개사가 신규 운용사 들어와 경쟁도 강화됐다. 하반기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일임 계약, IFA 등 투자자문업활성화 방안도 도입한다. 자산관리업의 고도화와 대중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숙제는 새로운 제도 어떻게 받아들여 상상력 동원해 상품 만들어 대응하는지다. 다시 말해 업계로 공이 넘어온 셈이다.

전문투자자 범위도 확대됐다. 언론 주목은 못받았으나 시장의 큰 변화다. 전문투자자는 금융자산 50억 이상 보유자였는데 이젠 5억 이상이면 된다. 또한 연소득 1억 이상 또는 총자산(부동산 포함) 10억 이상을 전문 투자자로 본다. 범위를 넓힌 것이다.

KB금융연구소 인용하자면 이로 인한 신규 투자자가 20만명 정도 수준이 될 걸로 본다. 이들 새로운 전문투자자들의 평균 자산을 20억 정도로 보는데, 이 둘을 곱하면 400조 규모의 전문투자자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예전같으면 교육을 받아야하고 상품가입도 까다로웠고. 사모펀드는 안되는 등 전문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은 활동하기 힘들었다. 아마추어는 놀 수 없었다. 이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거다. 전문투자자 제도가 바뀌면서 이를 상대로 한 새로운 상품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자산운용업 숙제는 국제화다. 비과세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아장아장 성장하고 있다. 국민연금하고 KIC는 해외투자 많이 하고 있고 연기금도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 해외시장에서 국내 자산운용사 역할이 거의 없다. 연기금이 자산운용사와 동반성장해야 하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건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보면 이제 네트워크와 실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제화가 숙제라는 것이다. 더불어 규제도 많이 풀려서 잘 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다.

반면 증권업은 비전도 없고, 회사별 편차도 심하고, 과거처럼 위탁영업에 의존하고 있고(수익률은 떨어짐에도), 새로운 사업모델은 없다. 규제도 여전하다.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처했다. 금투협회장으로서 증권, 자산운용 두 업권의 규제 문제를 맡고 있는 셈인데. 협회 회비는 증권사가 더 낸다. 그래서 제 숙제는 증권업이 먼저다. 그게 자본시장 논리다(웃음). 자산운용업이 더 고치기 쉬워서 그랬던 측면도 있다. 증권업도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연구도 하고 용역도 하고 했는데 큰 변화는 없었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증권업에 관련된 여러 제도 등을 고치는 데 전념하겠다. 그래서 증권업 숙제를 말씀드리자면, 먼저 업계에 수수료 인하 경쟁이 있었다. 모바일 고객 유치하려고 수수료 면제 캠페인 등을 벌였는데. 자본시장연구원에 부탁해서 무료 수수료가 마켓쉐어에 변화를 끼쳤는가 조사해달라고 했더니, 과거 10년을 보니 무료 수수료 경쟁이 마켓에 뚜렷한 변화를 못 줬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거래선 변경 비용도 꽤 있었고, 무료 캠페인을 서로 받아치고 하는 게 결국 자기네 고객을 모바일로 끌고 오는 효과만 있었지 나머지 효과는 별로였다. 수수료 의존하는 사업구조는 이제 쇠퇴한다. 차별적인 서비스로 경쟁하는 체제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다.

법인 지급 결제 업무는 9년 전 2007년 6월에 국회서 논의돼 통과된 사안이다. 증권사 지급 결제 하도록 해주는 건데, 은행이 걱정하니 개인부터 하고 법인은 나중에 한다는 조건을 달아서 법안 통과. 그게 2007년 6월이다. 그런데 지급결제망에 증권사가 참가를 하니까 기득권을 가진 은행들이 늦게 들어오는 증권사에게 비용을 좀 내고 들어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KDI에서 연구하느라 시간 끌었는데 최종 3375억원을 내고 지급 결제망에 들어오는 걸로 됐다. 그래서 그 돈을 내고 들어왔다. 그런데 개인 지급결제 시행 이후 법인도 해달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여기까지 왔다.

저축은행에는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해줬다. 예를 들어, 포스코가 협력업체 대금 줄 때 저축은행계좌 통해서는 할 수 있는데 미래에셋대우 통해서는 못한다. 그걸 막아놨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어디 회사가서 당신네 지급결제, 자금 조달, 회사채 발행하겠다고 하더라도 당장 계좌를 만들 수 없다. (증권사들의) 법인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간단한 급여계좌개설, 협력업체 돈받고 보내는 일을 증권사는 못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증권사들이 만만치 않아서 법인 지급결제 풀어주면 은행 업권 침해한다는 논리 때문 아니겠는가 싶다.

금융결제원에 가서 왜 안 해주느냐 했더니 우물쭈물하더라. 돈(지급결제망에 들어가는 입장비용)을 냈는데 이행 안 해주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이고 증권사 사장 입장에서는 주주들 돈을 낸 것인 만큼 주주에게 법적 책임도 있다고 강력하게 의사 전달을 했다. 이 법인 지급결제 문제는 증권사 뿐만 아니라 고객 편의를 위해서도 빨리 허용돼야 할 문제다. 차제에 증권업 경쟁력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가 돼서 조속히 풀렸으면 하는 희망이다.

두 번째 문제는 대형증권사들이 신용공여를 할 수 있는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라는 거다. 앞으로 인수금융도 해야하고 해서 개인에 대한 신용대출도 해달라, 기업 개인 각각 100%해서 200%로 하는 개정안 만들어달라고 국회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이렇게 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은행은 BIS 해서 바젤3의 규제를 받는 레버리지 규제 중이다. 은행은 자기자본비율만 적정하면 자기투자하든 파생상품하든 어떤 용도로 쓰는지 정부에서 간섭을 하지 않는다. 증권의 경우는 기업신용공여, 일반신용공여, ELS 발행 등 업무적으로 규제가 들어와 있어서 증권업 선진화 방안에서 이 부분은 빼야한다.

미국에서는 증권사도 은행과 비슷하게 바젤3기준으로 간다.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을 합리화 하면서 NCR과 레버리지 규제를 아울러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자본시장연구원과 강하게 건의할 계획이다.

그 다음 문제는 M&A다. M&A 못하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증권사가. 상반기에 국내 47개 딜이 있었다. 국내 증권사가 주관한 게 이중 3개에 불과, 존재감이 거의 없다. 나머지 골드만삭스, 시티뱅크, 모간스탠리, 삼정회계법인 등이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렇게 된 건 이유가 많다. 법인지급결제 업무 못하는 것 등도 일부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는 M&A 거래를 하려면 증권사가 필요하다. 거래의 마지막 종착지는 증권 매매. 주식을 주고 받으면서 거래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M&A를 증권매매업으로 보고 반드시 증권업자로 등록된 사람만이 업무를 할 수 있다. 미국의 회계법인 브로커 딜러로 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시장 주도권을 모간스탠리 같은 증권사들이 갖고 있는 이유가 재무 자문이 아니라 M&A를 증권매매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M&A 중개에 대한 정의 자체가 안 돼 있다. 중간 자문사 없이 하기도 한다. 중개를 미국은 증권사, 한국은 아무나 하고 있는 것.

증권업 등록을 해야 앰엔에이 중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하고 싶지만 잿밥뿌리는 것 같아 못하고 있다. 이미 회계법인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다만, 대형 상장법인의 앰엔에이는 제일모직-삼성물산에서도 나타났지만 국가적 관심사고 해외에서도 관심사이니 (손질이 필요하다). 법으로 바꿀 것이냐가 숙제다. 일단은 M&A 업무에 대해 증권업권이 방치하고 있는 것부터 바꿔야. M&A를 모르면 대형증권사 자격이 없다. 정부도 제도적 정비를 해줘야한다.

또 하나 더 IPO. 문제가 많다. 시장조성제도라고 해서 공모를 해놓고 주가가 일정 기간 얼마 빠지면 증권사가 사주는 시장안정제도가 있었다. 세상에 이런 제도 우리나라밖에 없었다. 선진화 차원에서 없앤 이유다. 최근에 IPO 문제 해결하자는 논의가 금융당국에서 진행 중이다. IPO 제도 잘 만드는 거 중요하다.

지금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증권신고서를 낼 때 IPO 가격을 어떤 근거로 산출했는지 자세하게 적게 돼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기업평가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동종 회사를 비교하고 PER을 계산하고 EBITA를 계산하는 등의 방식을 삼고 있는데 외국에선 없는 일이다. 주관사와 발행사가 알아서 하고 투자자는 싫으면 안 들어가면 되는 거다. 시장 결정 사항인데 지금 우리는 IPO 너무 정형화돼 있다. 공모주 비율까지 세세하게 해놔서 불편한 옷을 입고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기업이 IPO에 못 나오는 역효과도 있다. 모험자본도 덩달아 못나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여부는 확인못했으나 금융위에서 파생상품 개인 3000만원을 1500만원으로 낮춰주는 걸 검토한다고 언론에서 썼다. 파생 기본예탁금은 더 큰 폭으로 내렸으면 한다. 파생 상품과 관련해 우리가 요구하는 거는, 개인의 진입장벽을 낮춰달라는 거다. 지금은 너무 높다. 우정사업본부가 차익거래할 때 거래세를 내는데 그래서 사실상 거래 못하고 있다. 그래서 파생상품 양도 줄고 외국이 득세하면서 시장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이 두가지 문제(개인참여, 우본)는 꼭 해결해야 하는 것. 우본 문제는 기재부에서 세제개편안 낼 때 꼭 들어가야 되는 사안이다.

또 숙제가 회사채 시장 문제. 금융위가 지난주 회사채 관련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신용도 낮은 기업에 대해서 뉴 프라이머리*** 제도를 잘 들고 나왔다. 채권시장 활성화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용평가제도의 정립이다. 신용평가를 믿지 못하면 회사채를 사고팔 수가 없다. 신용등급을 못 믿으니까 트리플 더블 A에만 손댄다. A에도 손을 안 대려는 분위기. 등급 그루핑이 잘 돼서 그룹별로 이자율이 딱딱 맞춰서 내려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 신용등급평가에 대한 불신 팽배. 여러 대안이 있으나 큰 실효가 없다. 신용등급평가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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