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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개헌 열쇠 쥐게 된 아베의 폭주를 우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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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이 언제든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꿔놓으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망이 한층 현실에 다가서게 됐다.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한 개헌 지지 4개 당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에 근접한 표를 얻은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재정확대·금융완화·구조개혁이란 세 개의 화살을 통해 일본을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가 일본 국민에게 먹혀들면서 야당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아베노믹스는 3년을 넘기면서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브렉시트 등으로 엔화값이 치솟으면서 수출기업마저 힘을 못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 유권자들로선 아베노믹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다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고 북한의 핵 위협까지 가중되고 있어 일본 유권자에겐 아베의 노선을 배척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당이 헌법 개정을 반대하고 아베노믹스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이 귀담아 듣지 않는 이유다. 이런 국민적 정서는 투표율에 고스란히 반영돼 이번 투표율은 역대 참의원 선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실버 민주주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선거권을 처음으로 18세 이상으로 2년이나 낮추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베는 개헌에 필요한 열쇠를 모두 쥐게 됐다. 중의원에서는 이미 3분의 2 의석을 넘어섰고, 참의원에서도 무소속 의원 등을 영입해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다져 나갈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아베는 장기 집권의 길을 열게 됐다. 엔화값을 떨어뜨려 수출을 촉진하는 아베노믹스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 정부도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일본과의 교류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경계하되 민간과 경제 교류가 지속돼야 일본을 설득할 계기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외교든 경제든 그런 토대가 있어야 아베의 질주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