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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드 배치 앞서 중국 설득에 최선 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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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예상 수위를 뛰어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에도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힘겹게 유지되고 있는 북핵 공조에도 균열이 불가피하다. 중국 설득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가 나온 지 31분 만에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때 6시간이 지난 뒤 성명이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국방부는 별도의 담화를 통해 “전략적 안전과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적 대응 조치 가능성까지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반발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방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며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국의 안전과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재고를 촉구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를 적극 추진한 한국의 정부기관과 관련 기업, 정치인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은 사드 배치에 일관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그런 만큼 베이징의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배치 결정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중국을 납득시키는 과정을 밟았더라면 중국의 반발 수위가 이 정도로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그런 절차를 생략한 채 갑자기 서둘러 발표했다. 실제 배치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중국 설득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북한의 고도화된 핵 능력은 한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네 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단거리에서 중·장거리까지 각종 미사일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불확실한 제재 효과나 막연한 대화 가능성만 믿고 손 놓고 가만히 있을까.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책임 있는 주권국이라면 사드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들여와야 맞는 것 아닌가. 중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런 만큼 중국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한국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사드가 북한을 핑계로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무기 체계라고 의심하고 있다. 최대 탐지거리가 1000㎞에 달하는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의 미사일망을 손바닥처럼 감시해 동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우려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중국을 납득시킬 책임은 미국에 있다. 미국의 설명이 미흡해 중국의 반발이 보복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중간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이란 점을 미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