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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자궁·난소 수술, 임신에 영향 없게 치료계획 미리 세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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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돈 센터장이 환자를 상대로 임신 전 주의해야 할 자궁·난소 질환과 수술 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이민경(35·가명)씨는 지난해 초 산부인과에 갔더니 자궁근종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근종이 임신을 방해할 수 있어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수술하면 자궁벽이 약해져 제왕절개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난임병원을 찾아갔는데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근종의 자리가 수정란이 착상하는 부위를 살짝 벗어나 있어서였다. 결국 이씨는 자연임신에 성공했고, 올해 초 첫 아이를 순산했다.

인터뷰 마리아플러스병원 김상돈 복강경센터장

난임병원 의사는 “수술을 먼저 했더라면 자궁내막이 손상돼 오히려 임신이 어려웠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플러스병원 복강경센터 김상돈 센터장에게 임신 전 주의해야 할 자궁·난소 질환과 수술 시 고려사항을 들었다.

한국 여성 3명 중 1명꼴 자궁근종

자궁근종은 우리나라 여성 세 명 중 한 명꼴로 흔한 질환이다. 자궁에 생기는 혹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인 자궁경부암과는 전혀 다르다. 얼굴에 생기는 점처럼 원인 없이 생긴다. 보통은 증상이 없어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혈류 흐름을 방해해 통증이나 출혈 등이 있으면 제거하기도 한다. 크기가 7~8㎝를 넘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하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무턱대고 수술해서는 안 된다. 근종은 사라지지만 떼어낸 자리에 상처가 남아 착상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궁을 한번 가르면 꿰맨 자리의 조직이 약해져 출산 시 제왕절개 수술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많이 시술되는 하이푸시술(고주파로 근종을 태워 없앰)도 마찬가지다. 피부와 자궁을 절개하지 않아서 안전하다고만 생각하는 환자가 많은데,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고주파가 주변 조직까지 손상을 줄 수도 있어 후에 수정란 착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치료 후에도 완전히 아물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린다.

김 센터장은 “임신을 할 여성이라면 되도록이면 선(先) 임신, 후(後) 수술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수술을 하면 아무래도 아기가 수정되고 착상되는 자궁이나 난소 조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무턱대고 수술을 받았다가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우리 병원으로 오는 환자가 너무 많다. 미리 난임 전문 병원에 와서 치료·수술 계획을 잡았더라면 크게 고생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김 센터장은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데 안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정 부위의 자궁근종, 난관수종(나팔관에 물이 참), 자궁내막폴립(점막 조직이 커져 생긴 혹) 등은 임신을 확실히 어렵게 하기 때문에 수술을 먼저 한다”고 설명했다. 단, 임신을 고려해 최대한 주변 조직이 상하지 않도록 수술하는 게 중요하다.

자궁근종의 경우 자궁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이나 근육층 속에 생긴 혹인데, 자궁내막을 침범하고 있으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 이때만 선 수술을 고려한다.

난관수종은 나팔관의 물이 자궁 내로 들어가 배아 착상을 방해하므로 자궁과 나팔관 연결을 차단하는 수술을 한다. 배에 작은 구멍만 뚫는 복강경 수술로 제거 가능하다.

자궁내막폴립은 혹이 정자와 배아의 이동을 방해하고 착상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자궁경수술(내시경을 이용해 조직을 떼어냄)을 한다. 또 자궁 가운데에 막이 있는 자궁내막중격 환자도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먼저 해야 임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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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고려해 조직 손상 최소화

난소낭종(난소물혹)의 경우 혹을 수술로 제거하는 과정에서 난소가 손상돼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물혹을 그대로 두고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아기 시술(배아를 바깥에서 키워서 자궁에 이식)을 해서 출산을 끝낸 뒤 나중에 물혹 제거 수술을 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 피가 생리혈로 배출되지 않고 복강으로 흘러들어가 자궁·난소 등에 엉겨붙어 생기는 질환이다. 이런 경우도 난소 기능이나 배아 착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위치에 자궁내막증이 생겼다면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을 먼저 한 뒤 출산 후 수술하는 방법을 고려한다.

김 센터장은 “특히 자궁내막증은 재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수술이 반복되지 않도록 수술 여부와 시기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호르몬 주사로 자궁내막증 진행을 억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소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게 되므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신중하게 처방을 받아야 한다.

김 센터장은 “자궁과 난소에 관한 수술은 임신 전이라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당장에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보다 임신 능력을 보존하는 게 당사자에게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질환이 발견되면 반드시 난임전문병원에 와서 임신 일정을 염두에 둔 수술 계획을 잡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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