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시니어는 스타트업…한국 반퇴세대는 치킨창업

중앙일보

입력 2016.07.07 14:36

업데이트 2016.07.08 10:15

선진국에서 50세 이상 은퇴 세대의 창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시절의 실무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회형 창업’이 많았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주요국의 시니어 창업 현황과 지원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미국의 20~30대 창업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50~60대의 창업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역시 지난 20년 간 50세 이상의 창업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91년 9.3%에 불과했던 50대 창업은 2014년 17.4%로 늘었다. 60대 창업 역시 같은 기간 2.2%에서 5.9%로 증가했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국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20~30대가 주축인 창업 시장에서 50세 이상 시니어가 새로운 창업가 세대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시니어창업은 현직에서 축적한 실무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험이 적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60세 이상 창업에서는 경영 컨설팅, 영업 대행 등 기존의 직업 경력을 살린 고부가 서비스업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대의 평균 서비스업 비중(50%)을 크게 웃돈다.

미국의 시니어창업 역시 ‘기회형 창업’ 비중이 매년 80%를 웃돌며 ‘생계형 창업’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회형 창업은 실직 상태에서 생계를 위해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 이전에도 직장이나 학업에 종사하던 창업자가 시장 성장 전망을 보고 사업에 뛰어드는 형태를 말한다.

반면 국내 시니어창업은 여전히 영세 서비스업종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음식점, 주점, 카페 등 경력과 무관한 창업 아이템이다. 국내 자영업에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7.1%와 32%에 달한다. 이로 인해 해당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소상공인 진흥공단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월 평균 매출은 2010년 990만원에서 2013년 877만원으로 줄었다. 국내 자영업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이 4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퇴직자의 급격한 영세 자영업 유입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시니어의 경력을 살린 창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생계형 자영업의 실태와 활로’ 보고서에서 “자영업 공급 과잉이 229만 여명에 달한다”며 “자영업 포화상태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생계형 전통 자영업의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처럼 고부가가치 창업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정책적으로 은퇴세대의 기회형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 중소기업청의 '앙코르 기업가' 일본 후생노동성의 '생애 현역 창업지원조성금' 아일랜드의 '시니어 엔터프라이즈', 독일의 '비우기'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시니어 대상 창업 훈련과 멘토링 등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사업 초기에 사무공간과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니어 기술창업스쿨’과 ‘시니어 기술창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적으로 창업 여력이 있는 은퇴자는 산업화 시기에 성장한 기업 출신인데 이들은 큰 조직에서만 생활해 창업 역량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며 “기본적인 창업 지원 외에 다른 전문성을 갖춘 시니어의 동업을 지원하는 정책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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