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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한 인권보고서 “김정은 생일은 1984년 1월 8일” 적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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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6일(현지시간) 최초로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권유린 주도자로 제재하면서 공개한 인권 침해 보고서는 5쪽(리스트 부록 1쪽)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존엄’을 겨냥한 초강경 카드지만 그 내용은 매우 단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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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지만 각각에 대해 구체적 인권유린의 혐의를 특정하진 않았다. 대신 기관별 인권유린과 검열 사례를 포괄적으로 열거하고 그 기관에 속한 대상자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방식을 취했다. 인권유린 사례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보고서를 많이 인용했다.

5쪽짜리 보고서 뭐가 담겼나
자백 받아내려 알몸구타·성폭행
한국방송 보는지 기습 가정방문도
베일 싸인 김여정, 제재 대상 빠져

하지만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전화 기자간담회(콘퍼런스 콜)에서 “미국은 오랜 기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을 제기해왔고 COI 보고서(2014년 2월)의 작성에도 깊숙이 관여해왔다”며 미국 자체의 오랜 노력의 결실임을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보고서는) 중국의 도움 없이 만들었다” “(지난 2월) 미 의회의 대북제재 법안이 통과되기 훨씬 전부터 리스트를 만들어왔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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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측은 또 “(미국이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기 때문에) 북한 지도자의 책임을 묻는 것에 북한 정부가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반영한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보고서에선 김정은의 생일을 처음으로 1984년 1월 8일, 즉 32세로 특정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김정은의 출생연도에 대해선 82년, 83년, 84년으로 엇갈린 추측이 나왔다. 김정은의 고모 고영숙이 지난 5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84년생이라고 밝힌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향후 북한이 김일성(1912년생), 김정일(42년생)에 맞춰 82년생이라고 발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부는 보고서 가장 앞부분에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의 인권유린 행태를 지적하면서 “김정은이 정권을 계승한 뒤 처형당하는 고위 관리 숫자가 늘었다. 또 김정은은 외국 방송을 시청하거나 유통하는 행동을 조사해 보고토록 국방위원회에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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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9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북 여성 방미선씨가 북한 수용소에 감금됐을 때 고문과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며 허벅지 상처를 보여 주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의 직접 지시를 받은 국가보위부에 대해선 “탈북자 증언과 위성 영상에 따르면 수용소 안에서 즉결 처형과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잔인한 처벌을 다반사로 행하고 있다”며 “각종 고문과 성폭행, 강제 낙태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7국(Bureau 27, 송신감시국)에선 TV 장치를 뜯어고쳐 허가된 북한 채널들만 수신하고 한국·러시아·중국 채널 등은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일반 가정을 불시 방문해 (고정해야 하는) TV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는지, 외국 DVD 등을 사용했는지, 중국 심(SIM)카드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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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북한 인민보안부의 경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성폭력, 장시간 천장에 매달아놓기, 발가벗기고 매질하기 등의 학대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또 “조직지도부는 박남기(당 계획재정부장으로 화폐개혁을 이끌다 2010년 처형된 것으로 알려짐)의 실종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정찰총국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 시민을 납치했으며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황장엽 노동당 비서 암살 시도 등에도 연루돼 있다”고 지목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리스트에서 빠진 것에 대해선 “직접 인권유린에 관여한 확증을 잡지 못한 것 같다”(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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