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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문 강정호, 성폭행 논란 속 역전 결승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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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그들의 침묵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4번 타자로 나와 팀 7연승 이끌어
경기 후 인터뷰선 플레이 평가만
미국 ‘무죄 추정 원칙’ 철저히 지켜
현지팬 70% “선발 출전 문제 없어”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한국과 미국의 야구팬들이 모두 깜짝 놀랐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하루 만에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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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강정호는 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번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강정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7회 역전 2루타를 날리는 등 4타수 1안타·1볼넷·2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파이리츠는 이날 7-5로 승리를 거두고 7연승을 달렸다. 강정호는 이날 승리의 주역이었다. 담담한 얼굴로 경기를 마친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도 하면서 자신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누구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늘 경기만 보면 강정호와 파이리츠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미국 시카고트리뷴은 전날 ‘23세 여성 A씨가 강정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시카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 ESPN, USA 투데이 등 현지 유력 매체들이 발빠르게 보도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1호 야수인 강정호를 응원했던 국내 팬들도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

그러나 파이리츠 구단과 강정호는 잘 짜인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보도가 나가자 파이리츠는 즉각 “우리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매우 원론적인 입장 표명 후 강정호는 더그아웃에 나타나지 않았고 경기가 시작된 후 동료들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 강정호는 9회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렸고,이튿날인 7일엔 선발 출전했다. 강정호에 대한 수사는 증거 수집 단계일 뿐 기소가 된 건 아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파이리츠는 강정호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고 있다.

MLB 전문가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피츠버그 언론은 구단이 이미 상황 파악을 했을 것이고,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고 보더라”고 전했다. 파이리츠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했을 것이고, 강정호의 출전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봐서 무혐의 입증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파이리츠의 방침에 따라 강정호와 부친 강성수씨, 에이전트 앨런 네로도 성폭행 혐의에 대한 언론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 그들의 ‘노코멘트 전략’은 시카고 트리뷴이 보도 하기 전부터 계획됐을 것이라는 게 MLB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공부한 홍승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미국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시카고 경찰도 기소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정호 측은 사건에 대해 어떤 말이라도 하면 불필요한 주목을 받게 되므로 ‘노코멘트’가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강정호와 관련자들은 사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피츠버그 지역 팬들은 강정호에게 우호적이다. 지역매체 WTAE 피츠버그가 7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츠버그 팬 70% 정도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강정호가 경기에 출전해도 된다’고 답했다.

제프리 존스 변호사(법무법인 김앤장)는 “상당히 민감한 사건이다. A씨 주장만 나와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A씨가 사건 2일 후에 증거채취 검사를 받고, 다시 10일 후에 고소를 했다는 점에서 주장의 신뢰성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경찰은 12일간의 A씨 행적을 우선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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