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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내연산 폭포서 신선놀음, 하늘길로 당일 즐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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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보다 싼 비행기 국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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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와 동굴, 구름다리가 어우러진 관음폭포. 내연산 12폭포 중 6번째 폭포다. 김포~포항 비행편을 이용하면 내연산을 하루 만에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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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국내 여행. 제주도 얘기가 아니다. 비행기로 다녀오는 내륙 여행이다. 사실 이전에도 비행기만 타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다만 요금이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와 항공사, 지방자치단체가 적자에 허덕이는 내륙 항공 노선 정상화와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5월부터 여행사에 이례적인 조건으로 항공권을 제공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KTX를 타는 여행보다 더 저렴한,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week&이 여행사 상품을 이용해 지리산 천왕봉과 포항 내연산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당일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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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00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타고 경북 포항에 가기 위해서다. 포항에선 내연산(710m)을 오를 작정이다. 이번 여정은 여행사 상품을 이용했다. 비행기를 타고 갔다오는 내연산 당일 산행 상품이다. 그런데 정말 하루 만에 가능할까.

오전 8:40  행기가 이륙했다. 포항행 B737기에는 147개 좌석이 있지만 승객은 50명 정도였다. 승객 대부분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포항제철과 관련있는 직장인 같았다. 여행자 입장에서선 제주행 비행기보다 한갓져서 좋았다.

오전 9:30   포항공항. 서울역에서 오전 8시40분 출발하는 포항행 KTX를 탔다면 대전역 쯤을 지날 시간이었다. 공항에서 만난 신강수 포항시청 대중교통팀장이 “KTX가 개통하면서 김포∼포항 노선이 하루 8편에서 4편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포항공항은 한가하다 못해 휑했다. 2010년 전까지 김포∼포항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65%였다. 비즈니스 수요 덕분이었다. 그러나 2010년 11월 KTX 신경주역이 개통하자 탑승률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4월에는 KTX 포항역이 문을 열었다. 현재 포항공항의 평균 탑승률은 39%다.

오전 10:00  공항 앞에서 여행사 버스를 타고 내연산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내연산까지는 약 40㎞ 거리였다.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해 인근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한 끼 식사(8000원)와 내연산 입장료(3500원)가 여행상품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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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폭포 가는 길. 아이들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 있다.

오전11:30  보경사 매표소에서 이순영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났다. 표지판에 연산폭포까지 40분 거리(2.7㎞)라고 적혀 있었다. 이 해설사가 “쉬지 않고 갈 경우”라며 “보통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내연산 자락에는 폭포 12개가 있다. 그래서 내연산은 ‘12폭포 트레킹’이 유명하다. 그러나 탐방객 대부분이 폭포 7개만 보고 돌아온다. 나머지 5개 폭포는 길이 멀고 험해서 함부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제일 먼저 상생폭포를 만났다. 이후로 보현~삼보~잠룡~무풍~관음~연산폭포 등 6개 폭포가 이어진다. 이 해설사가 상생폭포 앞 고모당신(故母堂神) 터에서 ‘할매신’에게 기도를 하라고 권했다. “그냥 지나치면 발목을 삔다고 합니다.”

내연산 12폭포의 7번째 폭포 연산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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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40   연산폭포에 도착했다. 폭포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산행 시간이 늘어졌다. 내연산 계곡의 바위에는 400개가 넘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알려진 이름이 겸재 정선(1676∼1759)이다. 겸재는 1734년 가을 내연산 계곡에 들어 연산폭포 벽면에 ‘갑인추(甲寅秋) 정선(鄭敾)’ 이란 글자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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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감싸안은 경북 포항 내연산의 전망대 선일대.


오후1:20
  눈앞의 536개 계단만 오르면 선일대(仙逸臺)다. 잠룡폭포 위 암봉(298m)에 선 전망대다. 지난해 12월 포항시청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지었다. 20분 넘게 계단을 올라 선일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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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폭포 위 암봉에 선 선일대.

“신선이 내연산 경치에 반해 계곡에 숨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해설사의 말마따나 선일대에서 내다보는 전망은 신선도 반했을 법한 비경이었다. 겸재도 이 선경(仙景)에 취해 ‘내연산폭포도’ ‘내연삼용추’등 작품을 남겼다. 겸재의 진경산수(眞景山水) 화풍은 내연산에서 완성됐다.


오후2:00
  하산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쉬지 않고 1시간을 내려오니 보경사 경내였다. 보경사를 둘러본 다음 절집 인근 식당에서 도토리묵무침(8000원)과 비빔밥(8000원)을 먹었다. 여행상품에 포함되지 않는 식사여서 이날 유일하게 지갑을 열었다.


오후4:30
  일찌감치 포항공항으로 출발했다. 김포행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후 6시25분이지만 퇴근길이 겹칠 수 있었다. 오후 6시쯤 포항공항에 도착했다. 신 팀장이 “포항공항에서는 출발 20분 전에 도착해도 탑승이 가능하다”며 웃었다.


오후 6:25
 비행기가 이륙했다. 기내 분위기는 아침과 비슷했다. 승객 50여 명 대부분이 정장 차림이었다. 오후 7시15분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오후 8시30분 집에 들어왔다. 포항역에서 오후 6시50분 출발하는 KTX를 탔으면 오송역(충북)을 지날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경주를 다녀올까 싶었다.

교통수단별 내연산 여행 비교해보니

김포~포항 비행기 이용 상품, KTX의 절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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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별로 소요시간을 따져보자. 우선 자동차 여행.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서울시청에서 내연산 입구 보경사까지 자동차로 4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왕복 10시간 거리인 셈이다. 내연산 12폭포 트레킹은 평균 3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당일치기 자동차 여행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반면 KTX는 시간이 넉넉하다. 서울역에서 오전 5시45분 포항으로 가는 첫차가 출발하고, 포항역에서 서울행 막차는 오후 9시50분 출발한다. 서울역에서 하루 10편씩 포항행 KTX가 출발한다.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오전 9시30분 포항공항에 도착하고 오후 6시25분 포항공항에서 출발하니, 포항에서 약 9시간을 머무는 셈이다. 3시간 걸리는 내연산 12폭포 트레킹은 물론이고 포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경주도 다녀올 수 있다.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사 상품은 가격이 싸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여행박사(070-7017-6013)의 ‘내연산 당일 산행’ 상품 가격은 13만5000원이다. 주중 기준. 왕복 항공료, 포항공항∼보경사 왕복 버스비, 보경사 입장료, 한 끼 식사가 포함됐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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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자유여행으로 같은 여정을 갔다올 때의 비용도 따져보자. 서울∼포항 KTX 왕복요금은 10만7200원이고, 개별 왕복 항공 요금은 14만200원이다. 여기에 포항공항∼보경사 이동 경비를 추가해야 한다.

우선 포항에서 버스를 이용할 경우. 비용은 제일 저렴하지만 권하지 않는다. 포항공항에서 보경사까지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 1번 갈아타야 하고, 편도 이동시간만 2시간이 걸린다. 포항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보경사까지 왕복 요금이 10만원이다. 렌터카를 빌리면 기름값(2만원)을 포함해 14만원이 든다(롯데렌터카 아반테MD 24시간 대여 기준). 택시를 타든 렌터카를 이용하든 여행사 상품이 제일 싸다. KTX와 택시를 이용해도 여행사 상품과 8만3700원 차이가 난다.

김포∼포항 항공 노선을 이용하는 여행사 상품은 의외로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당일 시티투어 단체여행 상품이다. 포항(주중 9만9000원)과 경주(주중 9만9000원) 상품이 따로 있다. 1박2일 포항 에어텔(항공+숙박. 주중 15만1200원), 1박2일 경주 에어카텔(항공+렌터카+숙박. 주중 15만6000원부터) 등 숙박과 연계한 개별 자유여행 상품도 있다.

week&에 소개되는 여행사 상품 가격은 모두 지난 6일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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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손민호·이석희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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