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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한복 동정이 보이네요 … 나라별 기풍 한 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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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올림픽 대표선수단 유니폼 패션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각국이 경기 성적 못지 않게 공을 들인 분야가 대표선수단 유니폼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국가대표급 디자이너(또는 브랜드)’에게 ‘국가 대표 선수’들의 패션을 맡겼다. 다음달 5일 열리는 리우올림픽 개막식은 성대한 패션쇼가 될 전망이다.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대표선수단 유니폼을 살펴봤다. 올림픽을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국가 대표’급 디자이너 총출동

올림픽 선수단 유니폼은 개·폐막식 때 입는 정장 단복과 운동할 때 입는 스포츠웨어로 나뉜다. 스포츠웨어는 시상식 복장, 선수촌 내 평상복이 포함된다. 유니폼을 준비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한 명의 디자이너(또는 브랜드)가 정장과 경기복을 모두 디자인하기도 하고, 두 개 브랜드가 나눠 맡기도 한다. 공통점은 있다. 디자이너나 의류 브랜드가 해당국의 대표 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국가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인다. 각국 국기를 구성하는 색깔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캐나다의 단풍나뭇잎이나 영국의 문장(紋章)과 같은 국가 상징을 넣기도 한다. 국가(國歌)의 한 소절이나 팬들의 응원 문구를 재킷 안감에 새겨 넣는 등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역할도 유니폼이 맡는다.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디자인한 ‘라코스테’의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기풍을 축약해 단 하나의 스타일에 담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각국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한 자리에 모이다보니 개·폐막식은 마치 국가 대항 패션 경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명품 브랜드 ‘디스퀘어드’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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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표팀 유니폼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세련된 감각을 자랑한다. 캐나다 출신의 쌍둥이 형제 댄과 딘 케이튼이 이끄는 명품 브랜드인 디스퀘어드가 디자인했다. 디스퀘어드의 주특기인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한 현대적인 스타일이 단복에서 잘 드러난다. 요즘 트렌드인 에슬레저룩에 충실했다. 전통 테일러링에 바람막이를 합친듯한 빨강 재킷, 흰색 스웨트셔츠가 포인트다. 뒷모습은 연미복처럼 길게 꼬리를 빼놓았는데, 스트링을 넣어 조일 수 있게 처리했다. 편안해 보이는 조거 팬츠가 에슬레저룩의 정점을 찍었다. 댄과 딘 케이튼은 개막식 정장에 대해 “고향 캐나다에 대한 열정과 디스퀘어드의 에너지 넘치는 정신이 만난 산물”이라며 “캐나다는 늘 우리에게 영감이 되기 때문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영국 스텔라 매카트니와 ‘아디다스’의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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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선수단 유니폼은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가 디자인했다. 매카트니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영국 선수단복을 선보였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상징하는 네이비 블루, 흰색을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붉은색을 포인트 컬러로 썼다. 새로운 문장(紋章)을 제작해 유니폼의 메인 패턴으로 채택하고 영국의 첫 머리 글자 ‘GB’를 새겨 넣어 국가 브랜딩에 초점을 맞췄다.

운동복 무게를 2012년 런던올림픽 때보다 평균 10% 줄이는 등 기술 혁신에도 힘썼다. 매카트니는 “영국 전통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는데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챔피언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대표 조르지오 아르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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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대표팀은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옷을 입는다. 아르마니의 스포츠 브랜드인 ‘EA7’이 디자인했다.

이탈리아 선수단은 이번에도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옷을 입는다. 아르마니는 런던올림픽, 2014년 소치올림픽에 이어 리우올림픽에서도 선수단의 모든 정장과 스포츠웨어를 디자인했다. 트레이닝복 상·하의, 모자 달린 방수 재킷, 반소매와 긴소매 폴로 셔츠, 버뮤다 반바지, 주머니가 큰 카고 바지와 반바지, 운동화 두 종류, 선글라스까지 포함된 완벽한 세트를 준비했다. 폴로 셔츠에는 ‘이탈리아의 형제들’이란 문구를 넣고 아르마니의 스포츠 브랜드인 ‘EA7’ 로고를 앉혔다. 재킷과 스웨트셔츠 안감에는 이탈리아 국가(國歌)의 첫 구절을 금빛 이탤릭체로 새겨 넣었다.

프랑스 대표팀 단장시킨 ‘라코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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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브랜드 ‘라코스테’가 디자인한 유니폼 컨셉은 미니멀리즘. 악어 로고는 프랑스 국기를 모티브로 하는 파랑 ·빨강·흰색의 삼색을 사용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의상은 프랑스 브랜드 ‘라코스테’가 맡았다. 개·폐막식, 시상식, 선수촌 내 복장을 모두 디자인했다. 라코스테는 프랑스 테니스 선수 출신인 르네 라코스테가 설립한 브랜드여서 스포츠 정신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선수단복의 컨셉은 미니멀리즘. 개막식 복장은 무릎 아래 길이의 네이비 레인코트와 흰색 스키니 팬츠, 시상식 복장은 네이비 또는 흰색 바람막이 점퍼와 스웨트 팬츠다. 악어 로고는 프랑스 국기를 모티브로 하는 파랑·빨강·흰색의 삼색을 사용했다. 패션의 나라답게, 프렌치 특유의 우아함과 세련됨이 느껴진다는 평이다. 올리베이라는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또는 TV에서 볼 때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디자인적 정체성이 명확하면서 선수들이 입었을 때 편안해야 한다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공식 의상과 같은 디자인으로 구성된 올림픽 컬렉션을 매장에서 판매한다.

‘폴로 랄프 로렌’의 아메리칸 프레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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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수단복은 폴로 랄프 로렌이 맡았다. 비니 모자와 사슴무늬 스웨터 등이 과했다는 평을 들었던 소치올림픽 유니폼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유니폼은 차분해졌다. 창의적인 시도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성조기에서 영감을 받은 빨강·파랑·흰색 폴로 셔츠,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면 반바지, 줄무늬 벨트, 보트 슈즈(배 갑판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고무 밑창을 댄 여름용 신발)로 클래식 아메리칸룩을 구현했다. 딱딱한 정장 대신 스포티하면서 클래식한 여름 패션은 미국 사립학교 스타일인 ‘프레피룩’을 연상시킨다. 남성·여성·아동 라인에서 ‘팀 USA’ 컬렉션을 판매한다.

스웨덴 브랜드 ‘H&M’이 만든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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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을 보유한 스웨덴은 이 브랜드에 대표팀 유니폼 디자인과 제작을 맡겼다. 정장과 시상식 의상, 육상·축구·핸드볼 등 일부 경기복을 만들었다. 스웨덴 국기의 노랑과 파랑을 바탕으로 기능적이면서 세련된 감각을 선보였다. 재생 폴리에스테르 같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

‘빈폴’ ‘노스페이스’가 만든 한국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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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은 시상식 단상에 오르거나 선수촌 안에서 일상복으로 ‘노스페이스’가 만든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노스페이스 홍보대사인 손연재 선수가 시상식 단복을 착용한 모습.

한국 선수단은 개·폐막식에서 빈폴이 제작한 정장 스타일 단복을 입는다. 남녀 공통으로 네이비 재킷과 화이트 테이퍼드 팬츠(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좁아지는 바지)를 만들었다. 한복 동정에서 영감을 얻어 재킷 깃과 앞면을 따라 흰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밑단을 접어 올리는 바지는 세련되고 단정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남성은 니트 타이, 여성은 노랑·초록·파랑·빨강의 사색판 매듭 형태 스카프를 곁들였다. 무더운 현지 날씨를 고려해 구김이 덜 생기고 물빨래가 가능한 ‘리넨 재킷 티셔츠’, 흰 바지의 오염 걱정을 줄이는 ‘나노 가공’ 기술을 적용했다. 모기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방충 소재를 사용했다. 김수정 빈폴 디자인실장은 “처음에는 반바지 유니폼을 고려했는데,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모두 긴소매와 긴바지로 바꿨다”고 말했다. 재킷 안감에는 팬들의 응원 문구를 새겨 넣었다. 선수촌 안에서 쉬거나 연습할 때, 시상식을 위해 단상에 오를 때는 노스페이스가 만든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운동화와 슬리퍼, 모자, 백팩, 여행가방 등 15종류의 상품을 준비했다. 다양한 체격의 선수들 신체 치수를 일일이 재서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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