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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아웃도어 스타일, 활동적인 스포티룩 눈에 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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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밀라노·파리 패션쇼서 선보인 2017 남성복 트렌드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패션 도시’는 6월이면 남성 패션의 천국이 된다. 런던(6월 10~13일), 밀라노(18~21일), 파리(22~26일)에서 너뎃일씩 남성 패션위크가 열리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패션업계 관계자들로 도시가 들썩인다. 패션쇼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디자이너들, 컬렉션을 보기 위해 찾은 바이어와 평론가, 기자들이 행사 스케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들 도시를 순회한다. 이번 패션위크는 2017년 봄ㆍ여름(SS) 시즌을 위한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은 내년 패션 트렌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얼리어답터라면, 일부 요소를 올 여름 패션에 미리 적용해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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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950년대 밀리터리 룩을 재해석한 ‘준지’ 컬렉션. ②그래픽 패턴으로 남성의 우아함을 표현한 ‘우영미’. ③ 빈티지스러운 느낌을 살린 ‘구찌’ 컬렉션. ④ 하이킹 등 아웃도어 영감을 풀어낸 ‘프라다’. ⑤ 도널드 덕은 향수를 자아낸다.‘구찌’

세계 4대 패션 도시 가운데 세 곳인 런던, 밀라노, 파리의 남성복 패션위크가 마무리됐다. 이달 중순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가 아직 남아있지만, 내년도 봄·여름 남성복 트렌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예년에 이어 올해에도 펑크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 고정적인 성관념에 구애받지 않는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복고풍 테일러링이 이어졌다. 하이킹 등 아웃도어에서 영감을 얻거나 여행을 테마로 한 컬렉션이 공통으로 눈에 띄었다.

하이킹, 아웃도어에서 영감

등산복도 멋있을 수 있을까. 등산복이 평상복이자, 출근복이고, 실내복·작업복·여행복이 되어 버린 한국인들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는 2017 SS 컬렉션을 통해 “그렇다”는 답을 내놓았다. 프라다는 캠핑·등산·하이킹 같은 아웃도어 활동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남녀 모델들은 백팩을 매고, 무릎 길이의 바람막이 점퍼를 입거나 허리에 두르고 무대에 섰다. 물병을 배낭에 매달고, 스포츠 샌들에 양말을 신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걸음씩 걸어나가는 청춘을 표현했다. 패션 평론가들은 “불확실성과 폭력, 공포로 가득한 오늘의 세계에 대해 미우치아 프라다(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젊음과 이상주의에서 답을 찾은 것 같다”고 평했다. 여행자들이 즐겨 입는 가벼운 소재와 밝은 색깔의 실용적인 옷을 다양한 컬렉션으로 풀어냈다. 덕분에 프라다의 ‘트레이드 마크’인 나일론을 다양한 형태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즈텍, 인디언, 아이슬란드 고유의 프린트를 활용해 여행지의 신비감을 더했다.

다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도 비슷한 느낌의 컬렉션을 보여줬다. 나일론 바람막이 재킷, 지퍼가 달린 블루종, 저지 소재 재킷 등 스포티하면서 모던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부유한 중년 고객들을 많이 보유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도 트레이닝복 바지에 재킷을 걸치고 스니커즈를 신는 스타일을 과감하게 선보였다. 아웃도어 무드 컬렉션의 등장은 ‘고급 패션’이 한층 웨어러블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하이 패션에 대중성을 더하면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행을 테마로 삼다

여행은 이번 시즌 남성 컬렉션의 주요 화두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여행’이라고 하면 ‘밖’을 떠올리기 쉽지만 미켈레는 여행을 통해 ‘안’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 패션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행은 (여행이 끝난 뒤) 다시 돌아올 곳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다”면서 “사람들은 두렵기 때문에 집에 가고 싶어한다. 나는 사람들이 바깥 세상이 자기 집인 양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구찌의 컬렉션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실크 파자마 (또는 기모노)를 연상시키는 옷, 오래 입어 때가 탄 듯한 코듀로이 점퍼, 도널드 덕이 그려진 조끼 등은 ‘집’이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미켈레가 구찌를 이끌면서 만들어낸 ‘빈티지스러운’ 룩이 이번 시즌 더욱 확장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 의 남성복 디자이너 킴 존스는 어릴적 살던 아프리카의 영감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케냐와 보츠와나에 살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루이 비통의 ‘여행’ DNA와 결합시켰다. 고급 여행 가방업체로 시작한 루이 비통은 여행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동물 느낌을 물씬 풍기는 모헤어 스웨터, 마사이족의 체크 패턴을 응용한 바지와 재킷, 기린이 프린트된 실크 셔츠, 사파리 샌들, 악어 가죽으로 만든 트렌치 코트 등이 관객들을 아프리카로 안내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서퍼들에게 영감을 받은 데님 컬렉션을 내놓았다.

볼륨감 있는 남성 실루엣

이번 시즌 가장 기대됐던 컬렉션 중 하나는 ‘발렌시아가’였다. 요즘 가장 뜨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뎀나 즈바살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첫 발렌시아가 남성복 데뷔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의 테일러링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만들었다. 아버지 양복을 빌려 입은 것같은 어깨가 큰 박스형 재킷 처럼 클래식한 테일러링을 살짝 비튼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아래 사진)는 40년대의 볼륨감 있는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았다. 소프트 테일러드 재킷, 짤막한 블루종 또는 셔츠에 매치한 넉넉한 실루엣의 팬츠, 작업복에서 영감을 얻은 스포티한 룩이 돋보였다.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 선 국내 브랜드 ‘준지’는 새로운 시각의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50년대 전투기 조종사의 반중력복(G 수트)에서 출발해 클래식 테일러링과 힙합, 스트리트 감성을 더한 의상 38벌을 무대에 올렸다. 레이어링의 미학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리 ‘팔레 드 도쿄’ 행사장에서 열린 런웨이쇼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로 제작돼 서울에서도 생생하게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었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우영미’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예술적으로 변모시켜 남성의 우아함이 돋보이는 무대를 보여줬다. 그래픽 패턴들을 연결, 단절, 굴절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며 남성적인 동시에 섬세하고 우아한 컬렉션을 만들었다. 체크, 스트라이프, 물결치는 곡선을 뒤섞어 규칙적인 혼돈을 창조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볼륨 있는 배기 팬츠와 오버사이즈 코트의 실루엣, 진화한 트위스티드 칼라와 커프는 로맨티시즘을 더했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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