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 10대 소녀, '20살 생일' 앞두고 기적 일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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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던 중 강도피해를 당한 뒤 쓰러져 한 달째 의식을 찾지 못했던 김모(19)양에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20세 생일을 엿새 앞둔 지난 4일부터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7일 김양이 입원한 서울 N병원 등에 따르면 김양은 지난 5일 낮부터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듣는 것과 오른쪽 손·발 정도만 움직이는 게 가능한 상태로 서서히 회복 중인 단계다. 말하는 것 왼손·왼발을 움직이는 것은 아직이다. 보는 행동은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의 어머니가 “엄마 목소리 들리면 눈을 깜박여봐”하면 김양은 눈을 깜박인다. 이어 “손가락으로 가위 만들어 봐”하면 오른손 검지·중지로 가위 모양을 만든다. 산소호흡기는 하루 전 뗏지만 물과 음식물 등은 튜브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김양은 오는 10일 20번째 생일을 맞는데 성년을 앞두고 극적으로 의식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김양 가족은 “목소리를 듣고 눈을 깜박이는 등 서서히 회복 중인 상태”라며 “20세 되는 아이가 꽃도 피지 못하고 쓰러져 가슴이 미어졌었다. 화가 올라 미치는 줄 알았다.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범행 당일인 지난달 5일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골목길에서 강도피해를 당한 뒤 쓰러졌다.

앞서 지난 6일 의정부지검(조희진 검사장)은 경제적지원심의회 등을 열고 김양에게 병원비·생계비 등 모두 1011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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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피의자인 무명 개그맨 A씨(30)는 이날 열린 첫 공판에서 강도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은 A씨가 김양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거나 목덜미를 잡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양이 모야모야병을 앓던 사실을 몰라 의식을 잃은 것 등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도 했다. 이는 검찰의 공소 내용과 다른 주장으로 앞으로 재판 과정서 공방이 예상된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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