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 운전 뿌리뽑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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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그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본 규범의 유지는 절대적인 전제다.
가령 부정식품을 만들어 팔아서는 안 된다든지, 대중 음식점이나 공공 화장실의 위생환경이 청결해야 한다든지 하는 캠페인은 한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을 존중하라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대부분의 캠페인은 그때그때 소리만 요란할 뿐 1회용이거나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 끝나는 게 보통이다.
거리의 교통질서 유지운동이나 난폭 운전 방지운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속 기간 중엔 운전자건, 보행자건 조심을 한다든지 하다가도 그 기간만 지나거나 단속 경찰의 눈만 벗어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싶게 법규위반을 예사로 하고 만다.
더우기 단속이 형식에 그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19일 경부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는 대형차를 모는 운전자의 무신경과 무책임이 빚은 참사의 한 예일 뿐이다.
앞에서 달려가는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버스가 들이받아 사고를 내는 경우는 아마 우리 나라 고속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참상일 것이다.
경찰은 지금 버스·트럭 등 대형 차량에 대한 무기한 단속을 펴고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단속령을 내리기 전보다 오히려 늘어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사망자가 평소보다 더 많아 42명을 기록했다.
단속기간 중 사고가 더 많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단속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고, 뭣 때문에 교통경찰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항간에는 운수업체마다 사고담당 상무가 있고 말썽 없는 통행을 위해 교통대책 비를 따로 계산해 놓고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경찰의 단속이 실효성 있는 단속이 되지 않는 한 대형 차량들의 횡포와 그로 인한 사고의 반복현상은 좀처럼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 수술해야 할 문제점은 노사관계의 정상화다.
택시만 해도 시간·거리 병산제 실시 후 택시 운전사들이 종전보다 하루 20∼30km를 더 뛰고 있다고 한다. 이는 병산제 실시 후 운전사들이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을 마련키 위해서다. 다시 말해 병산제로 생긴 수입의 배분이 운전사에게 돌아가지 않는데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버스의 경우도 지하철 개통 후 승객이 줄어들자 회사마다 운행 회수를 늘렸다. 가뜩이나 과로에 지친 운전사들은 식사시간도 제대로 할당받지 못해 소화 불량에다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져 횡포 운전을 일삼게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화물트럭도 마찬가지다. 월급제가 아닌 도급제가 대부분이어서 조금이라도 더 뛰려고 하다보니 무리한 운전을 하게 되고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운전사들의 근로조건과 환경의 제도적인 개선 없이는 단속도 무위에 그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운전사 전반에 걸친 자질의 향상도 기해야 할 것이고 도로와 교통안전시설 등 구조적 사고를 방지할 교통환경의 개선을 서둘러야 사고를 근원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마음 턱 놓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국가의 기본적인 실무일 것이다.
따라서 난폭 운전이나 부정식품 제조 판매 같은 국민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이나 캠페인은 1회용이나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제도적 보완장치와 함께 당국의 실효성 있는 단속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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