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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알맹이 없이 허겁지겁 발표한 미세먼지 세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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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어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세부이행계획’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난달 3일 종합대책 발표 때 한 달 안에 세부안을 내놓겠다고 한 시한에 맞추려 허겁지겁 대책을 내놓은 인상이 짙다. 노후 경유차에 대한 폐차 지원비 1800억원과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3조원 등 총 5조원을 새로 투입하고, 석탄화력의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발표 과정에서 컨트롤타워가 없는 총체적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처 간 이견으로 반나절 동안 발표 계획을 세 차례나 번복하는 일도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인 미세먼지를 잡으려면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 환경부·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국무조정실이 따로 놀았다. ‘세부 내용이 없는 세부 계획’이 나온 연유다. 미세먼지를 잡으려면 발생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선행 분석이 필수다. 그 알맹이를 이번에도 빠뜨렸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 감축 정책도 어설프다. 10년 이상 된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면 세금을 70% 감면해주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친환경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세금 혜택만 보고 디젤차를 살 가능성이 큰데 그런 점을 간과했다. 게다가 경유값 조정도 내년 7월 이후로 미뤄졌다.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과연 가격 조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 축소 검토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화력발전 확대를 밀어붙였던 산업부와 환경부의 마찰이 심해 어느 정도를 언제까지 낮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제한 조치도 자치단체와 협의도 없이 서둘러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행정 난맥이 지속되는 한 미세먼지를 결코 잡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고 예산 조달 계획도 없이 설익은 안을 내놓는 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책임지고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현실적이고 정밀한 계획을 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