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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엉터리 경영평가가 부른 산은·수은 성과급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전·현직 일부 임원이 2015년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받기로 한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 조선·해운사 부실을 방치해 12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국민에게 부담시킨 당사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한 거센 비난 여론 때문이다. 지난해 근무했던 전·현직 행장들은 연봉의 30%인 5500만~5700만원을 반납한다. 임원과 직원도 각각 기본 연봉의 55%, 월급의 110%를 받을 예정이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평가 자체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경영평가에서 두 은행은 나란히 C등급을 받았다. 1년 전엔 산은이 A등급, 수은이 B등급을 받았다. 그전에도 최상위 등급인 S등급 아니면 A등급이었다. 이 시기는 대우조선 등 이들이 관리하고 있던 조선·해운사들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던 때다. 국책은행들은 여기에 적절히 대처하기는커녕 알아채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면 경영평가 자체가 엉터리였다고 봐야 한다.

금융위원회의 해명이 이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금융위는 두 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했지만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지원 실적이 양호해 C등급을 줬다고 했다. 국책은행의 본래 역할보다 정권의 역점사업을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때에도 자원외교나 녹색금융 지원이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애초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평가는 이미 ‘평가를 위한 평가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에 해오던 사업이 정부의 역점사업 지원책으로 둔갑해 평가 테이블에 오른다. 녹색금융이 창조금융으로 바뀌는 식이다. 평가단에 연줄을 대고, 위원이 될 가능성이 큰 교수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로비도 치열하다. 공공기관의 효율성 제고라는 본래 목적은 퇴색하고 일부 관변 학자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벗어나는 결과가 나온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평가를 계속해야 할지 정부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