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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운치 가득한 장호천 씨의 '산속의 뜰'

조인스랜드

입력

[전원생활기자]

크고 작은 나무와 풀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 안 닿은 듯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는 장호천 씨의 뜰.손을 타지 않은 듯 자연 그대로의 모습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내 드러나는, 다양한 수형의소나무들과 장식성이 돋보이는 각양각색의 돌 꾸밈에서 정성 어린 손길이 느껴진다. 장씨가 부인 경창숙씨와 함께 십여 년간 가꾼 자연미 물씬한 산속의 뜰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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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면서 즐기는 재미가 그만이에요”

경남 거창군 가북면 양각산과 수도산 자락이 병풍처럼 드리운깊은 산속에 한가롭게 내려앉은 장호천(58)·경창숙(57) 씨부부의 집. 2m 높이의 돌 축대며 크고 작은 돌들로 조형미 있게 꾸민 입구, 그 돌들을 타고 오르는 단풍

든 담쟁이덩굴 등이 고즈넉한 운치를 전한다. 기다란 콩깍지가 달리고 가시가 돋아난 주엽나무와, 5m가 훌쩍 넘는 단풍나무 또한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가을 색을입은 울창한 나무들이 줄지어 선 길을 따라 걷다보면 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퇴직 후의 전원생활을 준비하다

장씨 부부가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2002년. 거창읍내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부부는 퇴직 후의 전원생활에 적합한 땅을 찾아다니다가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간직한 지금의 터를 발견하고는 단박에구입했다. 일찍이 계획한 친환경 오미자 농사는 물론이고, 오랫동안꿈꿔온 수종을 두루 갖춘‘ 산속 식물원’을 꾸미는 데에도안성맞춤이라여긴 것. 부부뾽 한동안 읍내와 이곳을 오가며 산비탈을 고르고 뜰을 꾸몄으며, 오미자와 텃밭 농사도 지었다. 2004년에는 콘테이너 대신 43㎡(13평) 크기의아담하고 소박한 황토벽돌집도 지었다.

장씨의 뜰에는 소나무·감나무·제피나무·오가피나무·자작나무·좀작살나무·단풍나무·목련 등 나무들, 개머루·인동·담쟁이 등 덩굴성 식물과 연꽃·속새·부들 등 수생식물, 그리고 뜰과 하우스에 심은 멸종 위기종 2급 복주머니와 최근 멸종위기 동식물에서 해제한 솔나리 등을 비롯해 용담·나리·일엽초·고란·토종꽃·바위솔·둥굴레·곰취·호랑?시·하설초·쑥부쟁이·메리골드·작약·꽃복숭아·하설초·붓꽃·패랭이·매발톱·수선화·금낭화·은방울꽃 등 100여종의 들꽃들이 철마다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곰취와 개머루는 약용으로도 인기가 많지만 조경수로도 그만이라는것이 장씨의 설명.

뜰을 손보면서 소박한 들꽃의 매력에 빠진 장씨는 집 한쪽에 하우스를 들여놓고 귀한 들꽃들을 구해다가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다. 이곳은 장씨가 가장 아끼는 공간.수년 전에는 거창 지역의 들꽃모임을결성하고는 해마다 전시회를 여는 등 들꽃 알리기와 나누기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소나무와 돌 장식이 돋보이는 뜰

뜰에서 단연 돋보이는 식물은 소나무. 한쪽으로 기울어진 특이한 것에서부터 포목형·원추형·우산형·난형·주립형 등은 뜰을 푸르고 기개 있게 꾸며준다. 이들 소나무는 아이의입학이나 군대입대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심은 것들로, 식물원에서 구입한 것도 있지만 자신의 산속 바위틈에서캐다가 심은 것들도 적지 않다. 5년 전 산을 간벌한 후 소나무 밭을 꾸밀 정도로 소나무 재배에 재미를들인 그는 봄이면 전정 작업은 기본이고 지주와 끈을 이용해 수형을 다듬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나? 키우는 재미가 쏠쏠해요. 방학 때면 아내와함께 이삼 일 또는 1주일간 전국의 수목원을 견학하고, 나무 키우는 노하우도 배워요. 그리고 나무는 반드시 묘목을 심어요. 어린 것을 키워야 그만큼 애착이생기고, 제 나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라는 광경을 지켜보는즐거움도 크고요. 옛날에도 큰 나무는 집에 들이지 않았다고 해요.”

비탈밭을 개간할 때 나오거나 인근에서 구한 각양각색 돌들로 꾸민 공간도 눈길을 끈다. 특히담벼락에 놓고 평상처럼 즐기는 커다랗고 평평한 돌은 누구나 탐을 낼정도다. 수많은 돌들 가운데 어른 햼만 한 거북 모양의 돌은 부부가 가장 아끼는 것이다.

“전생에 농부였나 봐요”

부부는 새순이 돋는 봄부터 낙엽이 지는 가을까지 가능한 한 산속 집에서 지내며 자연을 가꾸고 즐긴다.추운 겨울에도 때때로 들러 작업을 하는데, 눈 내린 주위는 그림 속 풍경 그대로란다.

부부는 산속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지인들이 언제든 들러 지낼 수 있도록 23㎡(약 7평)의 황토방을 새로내고, 수확한 오미자를 효율적으로 작업할 만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현재 오미자 재배 면적은 11만 3000㎡(3만 4000여 평)로, 재배·수확·포?은 캺부가 함께 하지만 오미자와 설탕을 반반 섞어만든 엑기스 가공은 부인 경씨의 몫이다. 이것들은 모두‘ 수도산오미자’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데, 오미자 수확이 시작되는 9월 초부터 한 달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기간이다.

식물을 튼튼하게 가꾸기 위해 해마다 봄이면 퇴비를 20㎝ 높이로 돋우고, 식물들이 한창 생장하는 5월경이면 알맹이로 된 유박퇴비를 웃거름으로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장씨는 경험에 따르면 밑거름이 충분하면 들꽃이 오래도록 많이 핀다는 귀뜸. 노지의 식물들은 특별히 물 관리에 신경쓰지 않지만, 화분 속 식물들은토양이 말랐다 싶을 때면 물을 챙겨 준다.

“2년 전 퇴직한 이후부터 거의 이곳에서 지내고 있어요. 남편도수십 ㎞의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고요.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정도로금방 지나가요. 새소리와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도 새롭고요.전생에 내가 농부였나 싶을 정도로 일하는 것도 전혀 힘들지가 않아요. 아마 나만큼 전원생활을즐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부인 경씨의 말에 옆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는 장씨. 자연을 맘껏 가꾸고 즐기는 이들 부부의 ?습이 어느? 자연을 닮아 보였다.

농민신문사 전원생활 김성숙 기자 / 사진최수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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