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게릴라전"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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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사령관이 16일 "후세인의 잔당 등이 미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도는 낮지만 이는 전쟁"이라며 미군 지휘부로는 처음으로 이라크전 종전 이후에도 여전히 미군과 저항세력 간에 게릴라전식 전투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게릴라 전쟁'이 지속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미군들의 불안감이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귀국이 늦춰지면서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16일(미국시간) ABC방송은 이라크 주둔 미군 상병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곳에 있다면 사퇴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방영했다.

이런 가운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성전 촉구' 녹음 테이프가 이라크 바트당 혁명기념일인 17일 아랍어 방송인 카타르의 알자지라와 두바이의 알아라비야 TV 등을 통해 방송됐다.

◇쌓여가는 불만, 떨어지는 사기=ABC에 따르면 팔루자에 있는 3보병사단의 한 장병은 사담 후세인 등의 얼굴을 그려 넣은 미군의 1급 수배대상자 카드에 빚대 "(내가 잡아야 할 사람들이 그려진) 카드는 폴 브레머(행정처장), 럼즈펠드(국방장관), 조지 W 부시(대통령), 폴 울포위츠(국방부 부장관)"라고 말했다.

현역 군인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을 노골적으로 조롱한 것이다.

테리 길모어라는 다른 하사는 "집에 전화하니 아내가 울기만 했다"며 "처음 약속과는 달리 정부가 왜 계속 우리를 이라크에 붙잡아 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충격적인 미군들의 발언이 전파를 타자 아비자이드 사령관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군복을 입은 누구도 대통령과 국방장관에 대해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며 발끈했다.

◇계속되는 희생, 기약없는 귀향=16일 바그다드 서쪽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 인근에서는 미군 호송차량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미군 한명이 숨졌다.

CNN에 따르면 이로써 미군 전사자는 1991년 걸프전 때의 1백47명을 넘긴 1백48명이 됐다. 부시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5월 1일 이후에도 33명이 죽은 것이다. 이날 바그다드 공항에서는 착륙 중이던 미군 C-130 수송기 한 대가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게릴라전에 지친 미군을 집으로 보낼 방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워싱턴 포스트는 현재 이라크에는 16개 여단급 병력인 14만8천여명이 주둔해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병력은 3개 여단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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